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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가족의 이소(離巢) 작전

한국 고양 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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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부화한 지 한 달쯤 되면 둥지를 떠나 독립하는데 이를 이소(離巢)라고 합니다. 언젠가 이소 할 때가 된 황조롱이 가족의 사연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에서인지 아파트 13 층의 베란다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황조롱이 부부는 여섯 마리의 새끼를 정성으로 길렀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새끼들 중 한 마리가 유독 파닥거리며 날갯짓을 계속하더니 조용히 날아올라 둥지를 떠났습니다.

며칠 뒤 또 다른 한 마리가 갑자기 발로 바닥을 긁으며 날갯짓을 했습니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이 모습을 본 어미 새와 아빠 새가 둥지 근처로 날아와 마치 응원을 보내듯 꼼짝하지 않고 새끼를 지켜보았습니다. 새끼는 난간 위에 올라서서 날개를 치다가 결국 이소에 성공했습니다.

이소한 두 마리를 빼고 둥지에 남은 네 마리의 새끼는 아직 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한 마리가 베란다 밖으로 살짝 발을 내밀어 보다가 금세 도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확실히 앞선 두 형제보다 겁이 많았습니다.

그때 어미 새가 먹잇감을 들고 둥지로 날아왔습니다. 네 마리의 새끼가 먹이를 먹으려고 몰려가는 데 웬일인지 어미 새는 먹이를 문 채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처음 겪는 일에 새끼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어미 새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먹이를 보여주기만 하고 둥지를 떠났습니다.

어미의 이런 행동은 새끼들의 이소를 돕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한 마리가 건너편 아파트에서 먹이를 문 채 기다리던 어미 새에게 날아갔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또 다른 한 마리도 용기를 내어 둥지에서 발을 뗐습니다. 벽에 부딪혀 하마터면 추락할 뻔했지만, 이내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이제 둥지에 남은 새끼는 두 마리. 두 마리는 베란다 구석만 오갈 뿐 난간 근처에는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어미 새는 새끼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하늘을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겁내지 말라고, 이렇게 하면 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마리가 어미를 따라 날개를 펴보았지만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미 새가 둥지 안으로 옮겨놓자 새끼는 다시 시도해 보는가 싶더니 추락의 두려움이 너무 컸던지 이내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겨버렸습니다.

처음으로 어미 새가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남은 새끼들이 날기를 포기할까 봐 애가 타서 부르는 어미 새의 소리에 저만치에서 등을 돌리고 있던 새끼 한 마리가 난간으로 나와 마침내 날개를 활짝 펼쳤습니다.

어미는 마지막 한 마리를 위해 둥지 바로 앞에서 비행 시범을 보였습니다. 잠시 후 어미 새가 눈앞에서 나는 장면을 한참 지켜보던 마지막 한 마리가 비행을 시도했습니다. 힘이 부쳐 날다가 아파트 벽에 매달리고, 날다가 매달리고를 반복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제 곁으로 날아온 새끼를 어미 새는 얼굴을 비비며 기쁘게 맞았습니다.

어미 새가 막내를 데리고 날아간 곳은 가족이 기다리고 있던 근처 숲속이었습니다. 황조롱이 새끼들이 그곳에서 날개 힘을 기르고 나면 더 먼 숲까지 날아가겠지요.

황조롱이 가족의 작은 소동은 마치 하늘 고향으로 날아가는 준비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같았습니다. 여섯 마리 중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다 이소시킬 수 있었던 것은 어미 새의 사랑이 이룬 결과입니다. 연약한 새끼일수록 더 많은 정성과 사랑을 쏟으며 비행을 도운 어미 황조롱이의 모습에 우리들의 영적 비상을 바라시며 희생하시는 하늘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되었습니다.

우리의 여정에는 어머니께서 함께하십니다. 천국까지의 여정이 두렵고 힘들어서 주저앉으려 할 때마다 어머니께서는 한 자녀도 낙오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십니다.

우리 앞에서 믿음의 길을 먼저 걸어가시며 구원으로 인도해 주시는 어머니의 응원과 격려를 생각하며 천국을 향한 소망의 날개를 활짝 펼쳐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