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듯 하늘을 나는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은 우리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매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유사 이래로 인류는 하늘을 나는 조류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창공으로 높이 솟아오르는 독수리의 모습보다 더한 장관이 있을까? 고대부터 인간의 상상력과 꿈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있었고 인류는 새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기를 소망해왔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조류가 만여 종이 넘는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그러나 새만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아다니는 수백 종의 곤충들, 박쥐처럼 날 수 있는 포유류, 그 외 비행이 가능한 파충류와 어류도 있다. 연체동물도 예외는 아니어서 훔볼트 오징어(Humboldt squid)는 물줄기를 뿜어내며 그 추진력으로 물 위를 나는 물고기처럼 수면 위로 높이 뛰어오른다. 날아올라 깜짝 놀랄 광경을 연출하며 오징어는 포식자를 따돌린다.
비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기역학, 공기탄성학, 경량구조에서 응력1 과 좌굴2 안정성, 추진과 에너지 전달, 그리고 제어 시스템 이론 같은 복잡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현대 공학으로 비행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면 자연 생명체의 비행 기술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 1) 응력(stress, 應力): 물체에 압축, 비틀림 등의 외력이 작용할 때, 물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저항력.
- 2) 좌굴(buckling, 挫屈): 축 방향으로 압력을 받는 기둥이나 판이 어떤 한계를 넘으면 휘어지는 현상.
오늘날 발전된 현대 항공 기술의 대부분은 인류의 날고 싶은 열망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초기에 만든 비행 물체는 자연에서 관찰한 것을 흉내 낸 다소 투박한 것이었다. 20세기 초반부터 엔진과 재료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이 정립되고 날개이론이 발전하면서 자가발전 비행기가 탄생하였다. 한 세기를 훌쩍 넘긴 부단한 노력 끝에 인류는 자연계의 생물보다 뛰어난 비행기를 만들어 냈다고 자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벌새가 이 꽃 저 꽃을 재빨리 옮겨 다니며 꿀송이를 빨아 먹는 모습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기막힌 장면 중 하나다. 초고속 촬영이 가능해진 현대에 와서야 벌새가 1초에 50~60회, 심지어는 80회까지 날개를 움직이고 그 빠른 날갯짓 때문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행 중인 벌새는 어느 동물보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분당 심장박동이 1260회, 호흡은 250회에 달한다. 그러한 신진대사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자기 체중만큼의 꿀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는 딱 다음 날까지 버틸 수 있는 양이다.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의 상태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다.

벌새의 삶의 면면은 더욱 놀랍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의 한 연구팀이 벌새의 날개와 초소형 헬리콥터의 날개 기능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정밀하게 제작된 벌새 크기의 초소형 헬리콥터가 사용되었다. 헬리콥터 날개의 공기역학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에 벌새 12종의 날개를 번갈아 부착해 관찰했다. 카메라가 날개 주변의 공기 흐름을 기록하고 첨단의 하중계가 속도와 각도 변화에 따른 날개의 양력3 과 항력4 을 측정한 결과 퍼덕이지 않고 헬리콥터처럼 돌기만 했는데도 벌새의 날개가 더 우수했다. 안나 벌새라는 한 종은 최첨단 마이크로콥터의 날개보다 무려 27퍼센트 더 뛰어났다.
- 3) 양력(lift, 揚力): 유체 속을 운동하는 물체에 운동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비행기는 날개에서 생기는 이 힘에 의해 공중을 날 수 있다.
- 4) 항력(drag, 抗力): 물체가 유체 내에서 운동할 때 받는 저항력.
공중에 떠 있는 벌새를 촬영한 초고속 영상을 보면 그 비행 조종 기술의 완벽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믿기지 않는 속력으로 날갯짓을 하지만 벌새의 머리는 꼭 한자리에 정확히 멈춰있다. 벌새가 날렵하게 꽃의 꿀을 빨아 먹을 수 있는 이유다. 벌새는 심지어 뒤로도 나는데, 우주공학 연구원들이 수년간 공을 들여도 이 작은 벌새 한 마리와 같은 비행 제어 시스템을 고안해내지 못한다.
매년 철새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존을 위한 이동을 감행한다. 철새의 이동은 오직 자연에서만 볼 수 있는 최적화된 설계와 시스템의 통합이다.
캐나다 기러기 떼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V자 형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 이 구도는 기러기 떼가 긴 이동을 하는 동안 소모하는 에너지를 70퍼센트나 줄여준다. 각각의 기러기가 모두 훌륭한 비행가이지만 그들의 능력은 V자 형상의 이점을 이용함으로써 더 극대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맨 앞에 있는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면 날개 끝에서부터 아래로 향하는 공기의 소용돌이가 생긴다. 반면, 맨 앞의 기러기 바로 뒤에서는 공기가 위로 흐른다. 대장 기러기를 선두로 최적의 위치에 자리를 잡고 적절한 비율로 날갯짓을 조절하면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단, 맨 앞에 선 기러기가 더 빨리 지치기 때문에 무리의 구성원들이 교대로 선두에 서서 부담을 나눈다.
북쪽 수림대의 명금류5 중 검은머리솔새(blackpoll warbler)라는 작은 새가 있다. 오래 전부터 조류 관찰자들은 이 새의 무리가 매년 가을, 미국의 뉴잉글랜드와 동부 캐나다 지역을 떠나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동 경로를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검은머리솔새가 이동 중 푸에르토리코와 쿠바, 그레이터앤틸리스 제도를 지난다는 것을 아는 정도였으며 이들이 어마어마한 거리의 대서양을 한 번에 횡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비행 중 먹지도, 마시지도, 땅에 내려앉지도 못하는 데다가 바다에 내려앉는다는 것 또한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5) 명금류(songbirds, 鳴禽類): 조류 참새목에 속하는, 노래하는 조류의 총칭.
그 의문을 매사추세츠 대학의 빌 딜루카 교수팀이 풀었다. 딜루카 교수와 연구진들이 검은머리솔새의 등에 0.5그램의 아주 작은 위치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계절이 다시 바뀌어 몇 마리 검은머리솔새들이 돌아왔고 분석된 위치추적기의 자료는 이 작은 검은머리솔새가 대서양을 단숨에 횡단했음을 입증해주었다. 그들은 단 2~3일 만에 2300~280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했다. 딜루카 교수는 명금류 연구사상 가장 긴 무착륙 대양횡단 비행기록이며 “불가능에 가까운”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은머리솔새 같은 장거리 비행에는 새의 신진대사와 공기역학 사이의 정확한 균형이 필요하다. 모든 조류는 그 종에 따라 비행에 적합한 속력이 각기 다르고, 최고 속력으로 날 때뿐만 아니라 천천히 비행할 때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검은머리솔새는 2300킬로미터가 넘는 이 놀라운 장거리 이동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 절약에 최적화된 속력으로 날아야 한다. 만약 선두에 선 검은머리솔새가 비행에서 1퍼센트라도 더 초과하여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이들 무리는 휴식지인 섬에 내려앉기 23킬로미터 전에 추락해 죽고 말 것이다. 한편, 철새들은 첫 비행을 나선 새들조차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겨울 집을 정확히 찾아간다. 이는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신비로운 능력이다.
신진대사와 몸의 형태, 무리의 조직화와 특별한 감각으로 만들어 낸 완벽한 조화. 이는 모든 조류와 날 수 있는 곤충들, 박쥐들이 하나님의 위대한 창조의 증인임을 알려준다. 하늘을 나는 수천 종의 생명체들은 제각기 비행에 최고로 적합한 상태인 것이다. 그 최적화된 상태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빗나가는 요소가 있다면 결과는 다름 아닌 죽음이다. 우리가 좋든 싫든, 벌새의 훌륭한 발레 솜씨를 보거나 재빠른 파리와 성가신 모기를 잡아보려다 허공만 휘젓곤 할 때 하나님의 위대한 창조 능력에 두려움마저 인다.

하늘을 나는 수많은 새와 곤충, 포유류의 ‘하늘을 나는 기적’을 통해 우리는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은 각자 정해진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완벽하게 디자인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직 하나님만이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계하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존재를 믿어야 하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야 하는 이유다.
철새들은 각자에게 꼭 맞게 설계된 길을 따라야 온전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하나님의 완벽한 구원의 섭리를 따라야만 여행의 종착지인 천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