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이 침몰할 당시, 선장은 턱없이 부족한 구명정에 여자와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승선시킬 것을 지시했습니다. 지금은 구조의 불문율이 된, 영국의 이러한 전통은 ‘버컨헤드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버컨헤드호는 1852년에 군인과 군인 가족 630여 명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로 향하던 수송선으로, 희망봉 근처에서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정원이 60명인 구조선은 단 세 척뿐. 당시 함장인 시드니 세튼 대령은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사병들을 모두 갑판 위로 집합시킨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남는다면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기 위해 구조선에 뛰어든다면 모두 함께 죽는다. 우리는 끝까지 이곳에 남을 것이다.”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병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아이와 부녀자들을 모두 구조선에 태웠습니다. 자리가 남아 여러 명이 더 탈 수 있었지만 함장을 포함한 사병들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그 누구도 나서지 않고 끝까지 부동자세로 있다가 수장되었습니다.
이후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념비가 영국 곳곳에 세워졌고, 재난을 만나면 “버컨헤드호를 기억하라”는 말을 서로 상기시켜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