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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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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4월 11일, 예루살렘 지방 법원에 50대 독일 남성이 피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피고석은 방탄유리 부스 속에 마련되었고, 수많은 취재진과 방청객이 재판을 지켜보았습니다. 피고인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으며 정신적인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자, 충실한 공무원이었지요. 그는 줄곧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15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반인륜 범죄자로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나치 친위대 장교로서 그가 성실히 수행한 직무는 홀로코스트 곧, 무고한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그저 상사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명령에 맹종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취재한 정치이론가 해나 아렌트는 “그를 범죄자로 만든 것은 어리석음이 아닌 무사유”라고 지적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분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