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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천국을 향한 위대한 항해

한국 오산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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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제게 있어 힘겨우면서도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연초부터, 가정에 경제적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검진에서 예상치 못한 질병이 발견됐습니다.

수술과 치료를 진행했지만 회복은 더디기만 했고, 후유증은 나약해진 제 영혼까지 침투했습니다. 내내 옥죄어 오던 생활의 염려는 저를 더욱 짓눌렀습니다. 복음 활동에 조금씩 지쳐가던 때였기에 ‘이대로 하던 일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이제 그만 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힘겨운 영적 씨름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휘청거리는 제 영혼을 일으켜 주었습니다.

1914년, 섀클턴은 남극 횡단을 목표로 27명의 대원들과 ‘인듀어런스(Endurance, 인내)’호를 타고 탐험 길에 오릅니다. 남극 가까이 도착했으나 바다의 얼음에 배가 얼어붙으면서 그와 대원들은 표류하게 됩니다. 바닷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사이 사태는 더욱 악화됩니다. 식량은 떨어지고 인듀어런스호는 점점 두꺼워진 얼음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산산조각이 나버립니다. 섀클턴과 대원들은 작은 보트 3대에 최소한의 짐만 싣고 행군해 거대한 빙원에 머물다가 얼음이 갈라져 물길이 생긴 틈을 타 무인도에 상륙합니다. 섬에서 펭귄을 사냥해 허기를 달래고 보트를 뒤집어 생활공간을 만들어보지만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섀클턴은 중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그는 보트를 개조해 대원 5명을 이끌고 구조 요청 길에 나섭니다. 목적지는 출발 기지인 사우스조지아섬이었습니다. 섬은 13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장비도 없이 구명보트 한 척으로 남극의 바닷길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섀클턴은 목숨을 건 여정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사우스조지아섬에 도착합니다. 이어 눈 폭풍과 강추위를 뚫고 36시간을 걸어 기지에 당도합니다.

섀클턴은 조금도 쉬지 않고 무인도에 남은 22명의 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우선은 얼음을 뚫을 수 있는 크고 견고한 배를 구해야 합니다. 모국인 영국에서 배를 보내주기로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배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그는 다른 나라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구조선을 구하고 남은 대원을 살리러 무인도로 향합니다. 그 과정도 험난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무인도 인근에서 얼음 때문에 나아가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리기를 세 차례, 악조건 속에서도 섀클턴은 항해를 멈추지 않습니다. 대원들의 목숨이 그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섀클턴은 극적으로 무인도에 도착합니다. 무인도를 떠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한편 섬에 남은 대원들은 예상한 날짜가 훨씬 지나도록 구조대가 오지 않자 섀클턴의 생사를 의심하며 낡은 보트로 탈출을 시도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몹시 위험한 도전이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근근이 버티는 중이었습니다. 삶의 희망을 거의 포기할 무렵 기적과 같이 섀클턴이 나타났고, 조난된 지 634일 만에 구조됩니다.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대원 모두를 생환시킨 섀클턴의 항해는 이로써 위대한 항해로 널리 알려집니다.

대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섀클턴은 대원들에게 좋은 침낭을 양보하고 자신은 낡은 침낭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자기 몫의 비스킷을 내어주기도 하고요. 진정으로 대원들을 아끼고 배려한 섀클턴은 세기를 뛰어넘는 훌륭한 리더의 본보기로 남았습니다.

분주히 그리고 간절히, 대원들을 위해 쉼 없이 뛰어다녔을 섀클턴의 모습에 하늘 아버지가 겹쳐 보이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저 역시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로, 섬에 남겨진 대원들처럼 지치고 낙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천국에 데려가시려, 아버지께서 오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식언치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한 영혼이라도 잃을까 근심하시며 자녀들에게 오시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계실까요. 하나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낀 뒤 제 몸과 마음은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문제들도 풀렸습니다. 천국 소망이 샘솟으며 모든 것이 감사했고 아버지 어머니 안에 거한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축복은 고난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있다고 하신 어머니 말씀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제게 일어난 모든 일은 마침내 복을 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짊어진 십자가의 무게에 아파하며 제 믿음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면 과연 제가 천국에 갈 만한 자격이 있는지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전도하는 것만으로 즐겁고 감사했던 그때로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사랑하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곁에 있는 형제자매들과 함께하는, 천국을 향한 위대한 항해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