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 콩 고르는 일을 도와달라며 엄마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할머니의 콩 농사가 잘돼서 콩을 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이었다. 그 양이 무려 두 가마니였다. 한창 잘 시간이었기에 퉁명스레 대답하고는 거실에 풀썩 앉았다.
다 똑같이 생겼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콩은 제각기 다른 모양이었다. 엄마는 실하고 예쁜 콩만 팔 수 있다면서 몸소 콩 고르는 시범을 보이셨다. 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콩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예쁜 콩은 그리 많지 않았다. 괜찮다 싶으면 흠집이 나 있거나 점이 박혀 있었고 여느 콩들보다 작았다. 콩을 다 고르고 나니 팔 수 있는 콩은 겨우 처음의 반 정도였다.
콩을 골라내면서, 천국을 소망하는 내 믿음은 어떤지 생각해봤다. 천국은 점도 흠도 없는 자가 가는 곳인데 나는 그만큼 온전한 믿음을 준비했는지 돌아보니 뜨끔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완성품으로 빚어질 때까지 눈물로 기도하시며 참고 기다려주신다. 이제 매 순간 하나님 뜻에 순종할 것이다.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일은 나를 완성품으로 빚어주시기 위한 하늘 부모님의 영원한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