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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마음

한국 남양주 정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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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몸이 약한 편이라 농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최근 주말농장을 시작하면서 남편의 진가를 알아보았습니다. 농사일에 재미를 붙인 남편은 몸이 아파도 휴일이면 어김없이 농장에 갑니다. 씨를 뿌린 자리에 싹이 나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지 농장에만 가면 어린애처럼 좋아합니다. 수확물을 가지고 올 때면 어깨까지 으쓱합니다.

“이거 봐, 정말 예쁘지?”

어느 날, 남편이 보여준 것은 하늘마(덩굴마)였습니다. 일반 는 땅속에 자란 뿌리를 먹는데 하늘마는 넝쿨식물로 열매가 공중에, 하늘에 열립니다. 모양은 울퉁불퉁 제각각으로 참 못났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닌가 봅니다. 열매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며 크게 자란 열매를 아주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더군요. 하루는 서리가 내리면 얼어 죽는다며 작은 것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다 따왔는데, 늦게 맺힌 탓에 크게 자라지 못한 열매를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워하던지⋯.

남편의 모습에서 영적 농부이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못나도, 큰 믿음이 아니어도 그저 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여삐 여기시어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그 은혜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