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한국. 참혹한 전쟁을 겪은, 아시아의 어떤 나라.
학창 시절, 별로 좋아하지 않던 역사 수업을 들으며 접한 한국의 단편적인 이미지입니다. 당시 전쟁을 치렀던 나라들의 종전 후 역사를 배웠는데, 사회와 경제를 회복하기까지 대부분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에 와서 많이 놀랐습니다. 예전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눈부시게 발전해 있었으니까요. ‘어떻게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엄청난 성취를 이뤄낸 거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것만큼 하나님도 알지 못했습니다. 관심이 없었다고 할까요. 친구와 즐겁게 놀 생각만 했지, 진지하게 종교에 대해 고민하고 영적인 무언가를 받아들일 마음은 꿈에도 없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성경 말씀을 살피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실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과정을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즈음 처음으로 새 언약 진리를 접했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이 섰습니다. 예수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받고 싶었지만 당시 작은 예배소였던 누쿠알로파 하나님의 교회에는 목회자가 없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하염없이 기다리다 9개월 만에 침례를 받았죠. 그 시간이 있었기에 새 생명을 얻은 기쁨과 감사가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을 영접한 뒤 제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대를 넘나드는 성경 예언을 살피며 세계사 공부를 좋아하게 된 것뿐만이 아닙니다. 저 자신밖에 몰랐던 모습에서 벗어나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의 구원을 바라게 됐고, 그들에게 진리를 전하는 과정에서 반대와 시련을 겪으며 인내심도 생겼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말씀을 좀 전하다가 엄마가 제 신앙을 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전도할 마음을 접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통가에서 초대형 해저 화산이 폭발한 겁니다. 그날은 안식일이었는데 예배 한 시간 전, 엄청난 폭발과 함께 쓰나미가 일어났고 모든 마을이 화산재로 뒤덮였습니다. 아무도 다치거나 목숨을 잃지 않길 간구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다행히 가족들은 무사했습니다. 그 일을 통해 저는 눈앞의 작은 고난을 피하려 가족들의 구원을 포기한다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에 빠지리라는 것을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부디 가족들의 닫힌 마음이 열리길 염원하면서 기도와 노력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엄마가 진리를 영접했고 남매들 중 3명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진리 안에 거하기 시작한 이후로 특히 엄마가 많은 면에서 달라졌습니다. 매사에 불평이 없어졌고, 힘든 일이 생기면 하나님의 사랑과 희생을 생각하면서 이겨내는 것 같습니다.
남은 가족뿐 아니라 통가의 모든 사람에게 다 전해줄 수 있을 만큼 크고 많은 사랑을 제 안에 채우게 되길 바라며 이번에 해외성도 방문단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의 목적지가 한국이라니, 그 기쁨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경유지인 뉴질랜드에서 한국행 항공 티켓을 구하지 못해 싱가포르를 거쳐야 했는데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싱가포르가 아닌 인도네시아로 가야 했고 거기서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애를 먹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게이트를 찾으며 달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 정신없는 여정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랑하는, 눈물겹게 그리웠던 하늘 어머니 품에 안겼으니까요. 세계지도를 한참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는 작은 섬나라인 통가, 그곳에서도 평범한 마을에 사는 저를 하나님께서 찾아 당신의 품으로 인도해 주셨으니 감사하지 못할 일도, 불평할 일도 없습니다.
한국의 놀라운 발전상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은 겨울 추위와 하얀 눈입니다. 대체로 따뜻하기만 한 통가에서는 경험해 본 적 없는 날씨입니다. 정말 너무 춥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의 모진 희생이 더 와닿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늘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속히 깨닫고 시온으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라고 원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제가 더 열심히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끔찍한 고통을 겪으셨고, 생명의 진리를 잃고 만 우리를 살리시려 이 땅에 두 번째 오셔서 고난의 세월을 참고 견디셨습니다. 저 또한 복음 길에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든 결코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통가에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줘야 할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화산이 폭발한 지 몇 해가 지났고 피해는 거의 복구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며 잠재적인 재난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나님의 간절한 음성이 제대로 전해지길 바라며 열심히 복음을 외치겠습니다. 훗날 가슴속에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