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화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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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철쭉, 벚나무, 목련… 추위가 가고 따뜻한 남풍이 불면 기다렸다는 듯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꽃들. 표면적으로는 봄이 꽃을 피워내는 것 같지만 꽃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은 겨울이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봄꽃을 피우는 수목은 겨울에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난 후에야 봄에 꽃을 피웁니다. 따뜻한 온실에 두면 잎은 무성해져도 꽃은 피지 않지요. 그 이유는 ‘춘화현상’ 때문입니다. 춘화현상은 겨울종 식물이 어느 정도 낮은 온도에 노출되어야 생장점이 감응하여 꽃이 피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에 꽁꽁 얼어붙어 죽은 듯 보여도 앙상한 가지 속에서는 분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봄날의 화려한 꽃은 겨울의 북풍한설이 피워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련을 만날 때면 누구나 온실 속 화초와 같은 평온한 삶을 동경하게 됩니다. 그러나 온실에 있는 식물들은 시련을 겪지 않으니 결실의 기쁨도 알지 못합니다. 봄을 기다리지도 않을 테지요. 진정 아름다운 꽃을 피울 인생의 봄날, 그 희망의 기다림은 시련과 고통을 견디고 있는 자들의 특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