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초등생 딸이 달고나를 만들어 먹어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집 청소를 마친 터라 어지르는 게 마뜩잖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아이가 안쓰러워 허락해 주었습니다.
동생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는지, 처음엔 안 한다고 하던 중학생 아들도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사춘기라 예민한 두 아이가 소꿉장난하듯 같이 달고나를 만들고 있으니 보기 좋았지요. 그런 모습을 보고 방에 들어갔는데 잠시 후, 아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화장실로 달려가 씻는 소리가 났습니다.
제가 거실로 나갔을 때, 아들은 소파에서 얼음찜질을 하고 딸아이는 속상한 표정으로 설탕 가루와 갖가지 도구들로 지저분해진 자리를 치우고 있더군요. 아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뜨거운 데 뎄다고 했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뒷정리를 동생에게 떠넘기려는 것 같아, 순간 아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야단을 쳤더니 아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뒷정리하는 동생을 돕더군요.
나중에 아들의 손과 발을 자세히 살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발에 큰 물집이 잡혔고 손에도 작은 물집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아들을 혼내기 바빴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며칠 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 예배를 드린 후 ‘미안해요 고마워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먼저 지난일을 사과했습니다.
“아들, 얼마 전 손발이 데서 많이 아팠잖아. 그때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화만 내서 미안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니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아픈 데다 혼이 나서 속상할 텐데도 먼저 잘못했다 말하고, 엄마에게 먼저 다가오는 착한 아들을 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서 딸에 대한 마음도 전했습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작은아이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늘 엄마를 도와주려 애쓰는 예쁜 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말에 두 아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습니다. 바통을 넘겨받은 딸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말만 하고 자꾸 미뤄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사랑해 주는 엄마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또, 오빠에게도 자꾸 신경질 내고 짜증 내서 미안해요. 그래도 잘 놀아주는 오빠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 차례가 되었습니다. 여태껏 감사하기 시간이면 자신은 안 한다며 손을 내젓던 아들이었기에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려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슬며시 입을 뗐습니다.
“요즘 사춘기라는 이유로 자꾸 짜증 내고 엄마 말을 안 들어서 미안해요. 그런데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감사합니다. 또 동생에게 자꾸 화내고 이것저것 시켜서 미안해요. 그래도 저를 챙겨주는 동생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진심을 털어놓으니 전보다 사이도 더 돈독해지고 애틋해졌습니다. 제게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자녀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질 기회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진정 감사드립니다. 이날 이후 아이들은 행복한 가정 예배와 함께 ‘미안해요 고마워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