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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 간 지 1년 즈음, 적적함을 달래고자 서당을 차렸습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중 유달리 눈길을 끄는 소년이 있어 다산은 그에게 열심히 공부하라 일러주었습니다. 그런데 소년은 머뭇거리며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머리가 둔하고, 앞뒤가 막혔으며, 답답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공부해도 될까요?”
그러자 다산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학문하는 사람의 세 가지 문제는 첫째, 머리만 믿고 소홀히 하는 것이고 둘째, 글을 잘 지어 들뜨는 것이며 셋째, 깨달음이 빨라 거친 것이다. 공부는 너 같은 사람이 해야 한다. 둔해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뚫리고, 막혔던 물이 한번 터지면 성대해지지. 답답해도 꾸준히 연마하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구멍을 뚫으려면 부지런해야 하고, 막힌 것을 터지게 하려면 부지런해야 하며, 윤이 나도록 연마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소년은 하늘 같은 스승의 격려에 감격했습니다. 그는 다산의 애제자로 알려진 황상입니다. 황상은 평생 스승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부지런히 공부하여 당대 손꼽히는 시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