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통하는 ‘공감 대화’

아이가 진정 원하는 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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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면 아이와 부모의 힘겨루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말을 고분고분 잘 들을 땐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가도, 막무가내로 고집부리고 떼를 쓸 때면 만사 제쳐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도 자신이 원하는 게 있고 생각하는 바가 있는, 하나의 분명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비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숙하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지도해주어야 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어리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조그만 게 뭘 알겠어’라는 생각에 무조건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태도로 아이를 대하면 갈등과 힘겨루기는 끝이 없다.

아동심리전문가인 클로드 알모는 “아이들에게 진심을 이야기하고 아이들과 진정으로 대화를 하려면, 아이들이 분별 있고 존중할 만한 존재이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라거나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라는 말은 아니다. 부모는 어른으로서 어느 정도 권위가 있어야 하고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을 원만한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

누군가 힘들고 속상한 일이 생길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끔씩은 힘을 북돋아주는 말보다 “많이 속상하겠어요” 하고 마음을 알아주는 한마디에 더 위로를 받는다.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뜻대로 안되거나 힘이 들 때 아이들은 짜증 혹은 화를 내거나 우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그럴 때 “울긴 왜 울어” 하고 윽박지르거나 비난해버리면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어릴 적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고 공감을 얻은 아이는 몸과 마음이 튼튼한 사람으로 자란다. 반대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인정받지 못한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의 마음에는 분노가 쌓인다. 자신에 대한 분노는 열등감으로 이어지고, 주변 사람에 대한 분노는 사회성 결여나 갈등으로 나타난다.

아이들은 옳고 그른 것을 따져 합리적인 것을 따르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따른다.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단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다.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유대감을 보여주어야 아이도 부모에게 애착을 느낀다. 그런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부모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듣기 싫은 것이다. 엄마 아빠가 언제나 자기 마음을 헤아려주고 지지해준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대화의 시작이다.

아이와 소통하는 공감 대화법

1. 귀를 활짝 열기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부모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 때로는 아이의 문제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아이가 그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아이를 이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경청해야 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정말?”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쳐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가 여의치 않을 때는 “조금 있다 얘기하면 안 되겠니? 지금은 이 일이 더 급해서 말이야” 하며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다른 일을 하며 건성으로 듣거나 “바쁘니까 저리 가 있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2. 질문에 성의껏 답하기

“엄마, 이건 뭐예요?” “아빠, 이건 왜 이래요?”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궁금한 것도 많다.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을 때까지 “왜요?”를 반복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성의껏, 진지하게 답변해주어야 한다. 답변이 반드시 과학적이거나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 그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설명이면 된다. 부모가 충분한 대답과 호응을 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그건 몰라도 돼” 하거나 무관심하게 여기거나 귀찮은 태도를 보인다면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질문을 그만두게 된다. 심지어는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질문에 대답하기 어렵다면 “네 생각에는 어떤 것 같은데?” 하고 되물어서 아이가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칭찬하기

칭찬은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고 의욕이 생기게 하며,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아이에게는 바람직한 생각이나 옳은 행동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어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칭찬을 하면 아이는 그 행동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자연히 좋지 않은 행동은 점점 줄어든다. 칭찬할 때는 구체적으로 하고, 과정을 중심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막연히 “넌 천재야” “넌 정말 멋있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무엇을 칭찬하고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구나” “인사를 잘해서 예쁘구나” “장난감 정리를 잘해서 엄마가 정말 기쁘구나”처럼 콕 집어서 얘기해야 아이도 칭찬받는 이유를 알고 공감을 한다.

4. 약속은 반드시 지키기

약속은 신뢰감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다. 그러므로 아이와 한 약속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와 한 약속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며, 지나치면서 한 말도 머리에 꼭꼭 기억해 둔다. 따라서 부모가 약속을 가볍게 여기고 지키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를 전적으로 믿지 못하게 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애당초 안 하는 편이 낫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땐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태도를 보고 약속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고 속상하다는 마음을 보여줘서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복사화법

‘복사화법’이란 말 그대로 상대방의 말을 따라 하는 것이다. 아이가 “숙제 때문에 짜증나요” “학교 가기 싫어요” 하고 말할 때 “왜 또 그러니?” 하는 대신, “숙제가 많아서 부담스럽구나” “학교 가면 뭔가 마음이 불편한 게 있나 보구나” 하고 말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기분을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아 저절로 마음을 연다. 그뿐 아니라 복사화법만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아빠, 이거 무슨 그림이게?” “이게 무슨 그림일까?” “이거 자동차 그림이야” “와, 자동차 그림이구나” “변신도 할 수 있어” “변신도 할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처럼 복사화법을 잘 이용하면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이와 많은 말을 할 수 있다.

6. 신체 접촉으로 사랑 표현하기

부모의 사랑을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해주는 것이 스킨십이다. 부모와 아이가 강한 애착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스킨십은 매우 중요하다.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입 맞추는 등 신체 접촉을 통해 아이들은 심리적인 안정을 얻고 부모와 정서적으로 교감한다. 스킨십을 할 때는 아이에게 집중하며 ‘너를 사랑한다’는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한다. 핵심은 접촉의 형태가 아니라 아이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스킨십이 부족하면 부모와 아이 사이에 믿음과 사랑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짜증을 자주 내며 공격적이 될 수도 있다. 스킨십으로 탄탄한 신뢰가 형성되었을 때 대화도 잘 통한다.

이럴 땐 어떡하죠?

1. 울며 떼쓸 때

울며 떼쓰는 것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은 옳지 않다. 들어줄 수 없는 일은 끝까지 안 된다는 일관된 자세를 보여야 아이 스스로도 ‘떼를 써도 안 되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게 된다. 부모가 기분 좋은 날에는 다 받아주다가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화를 내면 아이도 눈치를 보며 떼를 쓴다. 차라리 그대로 울게 하고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부모의 과도한 감정 표출을 예방할 수 있다. 아이가 잠잠해지고 난 다음에는 아이를 안아주며 잘잘못을 설명해준다. 자신이 미워서 내버려둔 게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고치기 위한 것임을 알게 하고, 부모가 변함없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2. 거짓말을 할 때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정직하게 말하면 불리한 상황에 빠질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란 야단을 맞거나 체벌을 받는 것이다. 더구나 아이들의 마음은 여리기 때문에 작은 걱정에도 쉽게 거짓말을 하곤 한다. 거짓말을 할 때 죄인 다루듯 엄하게 추궁하거나 겁을 주면 아이들은 불안한 마음에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도 잘못된 행동이지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나 분위기를 만든 것도 책임이 있다.

아이에게 “엄마가 실망할까 봐 그렇게 말했구나” “무서워서 그랬구나” 하며 우선 감정을 공감해주면 아이는 안심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게 된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사실은 그 후에 알려주어도 늦지 않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혹시 아이에게 무섭게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가 나를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할 필요도, 거짓말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 법이다.

3. 말대꾸할 때

아이가 말대꾸를 하는 것은 사실, 자아의식이 뚜렷해지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억울한 느낌을 표현하는 경우일 때가 많다. 그런 모습을 무조건 버릇없게 여기거나 “어른이 말하는데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하며 무시하지 말고, 아이의 입장이 되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는 어른의 말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식의 말투에 거부감을 갖듯, 아이들도 일방적인 요구에 반감을 가지기 마련이다. 말대꾸하는 태도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말을 수용해주면서 아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고집을 부릴 때는 아이가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해준다.

4. 화가 나서 씩씩댈 때

아이가 화가 났을 땐 흥분을 가라앉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억울하고 화가 나는 마음을 풀 때까지는 아이의 감정에만 공감해줘야지, 잘잘못을 판단하거나 훈계를 하는 건 화를 더 돋구는 일이다. “어서 화 풀어” “그렇다고 그렇게 화를 내면 어떡하니?” 이런 식의 말은 감정을 억압하라는 말과 같다.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을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OO(이)가 지금 화가 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을까?” 하며 화난 이유가 어떻든 간에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해주고, 화가 난 이유를 들어준다. 부모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화가 풀릴 수 있다. 그렇게 아이의 감정이 완전히 가라앉은 뒤에 상황을 이해시켜주거나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등 필요한 지도를 해준다.

서울에 있는 어린이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 1위는 “사랑해”라고 한다. 아이는 늘 부모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며, 부모는 언제나 아이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아이의 행복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려 있다. 부모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 아이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최고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