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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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애호가들이 제일 갖고 싶어 하는 바둑판은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이다.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색상과 향이 좋을 뿐 아니라 탄력이 있어서 바둑돌을 놓은 자국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상 복구된다.

비자나무 바둑판 중에서도 표면에 가느다란 흔적이 있는 바둑판은 으뜸으로 꼽힌다. 제작 과정은 의도치 않게 진행된다. 바둑판을 만들다가 나무가 갈라지는 경우 그것을 버리지 않고 천으로 곱게 싼 다음 적당한 장소에 보관해둔다. 몇 년이 지나면 개중에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틈이 메워지고 본래대로 붙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완성된 바둑판이 특등품으로 분류된다. 표면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최고로 치는 이유는 금이 간 비자나무가 특유의 탄성으로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회생을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나 할까.

고난을 이긴 흔적으로 최고의 명품이 된 바둑판은 우리의 영적 모습과 닮았다.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갈 6장 17절) 했던 사도 바울처럼 복음을 위해 헌신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흔적이 있다. 형제자매를 사랑하려고 애쓴 흔적, 세상의 유혹을 이기려고 노력한 흔적, 믿음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한 흔적… 하늘에서 아름다웠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한 증거들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높은 평가를 내리실 것이다.

“…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노라” 갈라디아서 6장 1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