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우주 공간에 방출한다. 태양이 사방으로 방출하는 빛 가운데 지구에 도달하는 양은 22억분의 1에 그친다. 그중에서도 30퍼센트는 다시 우주로 반사되고 70퍼센트만이 흡수된다. 그래도 전 세계 사람들이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에너지의 1시간분에 불과하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빛에너지를 곧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유기물 형태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일부 미생물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빛에너지를 유기물에 저장할 수 있는 생물은 식물이 유일하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식물을 먹거나, 이 식물을 먹이로 하는 다른 동물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다시 말하자면, 태양은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근원이며, 생명체에 필수적인 모든 에너지는 식물들이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10마이크로미터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세포소기관, 엽록체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현상 중 가장 경이롭고 중요한 활동이다.
식물의 광합성은 물을 이용해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었다가 다시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유기물에 저장하는 과정이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광합성의 과정은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사였고 세 차례나 노벨화학상의 무대가 되었다. 400년 가까운 연구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광합성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역부족이다. 그중에서도 빛에너지가 엽록소에서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은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엽록소의 집합인 엽록체에 도달한 태양 빛은 엽록소의 전자를 들뜨게 하고 들뜬 전자들이 엽록소 사이를 이동한다. 빛에너지가 전자의 움직임인 전기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중심 엽록소에 모인 전기에너지는 화학물질에 저장되고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유기물인 포도당을 합성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 눈에는 정지 상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식물은 광합성의 재료인 빛을 찾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얻으려 분주하게 움직인다. 남아메리카에 분포하는 세계 최대 수초인 ‘빅토리아수련’은 빛을 찾아 물속에 있는 줄기에서부터 잎을 뻗친다. 거대한 잎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빠르게 원형으로 펼쳐진다. 식물의 잎은 빛을 흡수하기도 하지만 잎 표면의 기공으로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기체를 받아들이기도 하는데 잎이 물에 잠기면 기체의 출입이 불가능해지므로 잎을 수면에 띄우는 것이다. 빅토리아수련의 잎은 지름이 하루 최대 30센티미터까지 커지고 완전히 펼쳐지면 지름이 2미터가 넘는다. 오므라든 물풍선이 펼쳐지는 원리와 같이 잎 하나하나의 세포가 물을 흡수해 부풀면서 잎이 펼쳐지는 것이다. 물 위에 너른 방석을 띄운 듯한 빅토리아수련의 잎은 몸무게가 45킬로그램 정도 되는 사람이 올라타도 그대로 떠 있을 만큼 부력이 세다.
그 비밀은 잎의 뒤쪽에 있다. 빅토리아수련 잎을 뒤집어 보면 폭이 몇 센티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바큇살처럼 뻗은 잎맥이 보인다. 또, 그들을 연결하는 동심원 모양의 얇은 판 같은 잎맥이 있어 사이사이에 공기를 가두어 부력을 발생시킨다. 굵은 잎맥 내부에는 스펀지와 비슷한 조직이 있어서 고무 튜브처럼 물 위에 쉽게 뜨도록 도와준다.

물에 사는 식물이 광합성을 위해 수면으로 잎을 올리는 것처럼 땅에 사는 나무들은 빛을 찾아 위로 자란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레드우드’는 매년 1.8미터씩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며, 가장 큰 것은 115.3미터에 이른다.
광합성에는 빛뿐 아니라 물도 필요하다. 물은 항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식물은 그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 순식간에 우리를 소인으로 만드는 이 거대한 나무들은 어떻게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물을 퍼올릴까?
식물의 뿌리 세포는 입자가 큰 용질은 통과시키지 못하고 물과 같은 용매만 통과시키는 반투과성 막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흙보다 농도가 높은 뿌리 쪽으로 물이 이동하게 되는데 이를 ‘삼투 현상’이라고 한다. 김치를 담글 때 소금물에 배추를 절이면 농도가 낮은 배추 속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뿌리로 들어온 물을 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데는 ‘모세관 현상’이 작용한다. 물이 담긴 그릇에 가는 유리관을 꽂으면 유리관을 따라 물이 딸려 올라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식물도 뿌리에서 시작해서 줄기를 거쳐 잎까지 연결된 물관을 가지는데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가늘어서 얇은 유리관에서 본 것과 같이 물을 밀어 올리는 힘이 생긴다.

뿌리와 줄기에서 물을 밀어 올린다면 잎에서는 물을 끌어올린다. 음전하를 띠는 산소와 양전하를 띠는 수소로 이루어진 물 분자는 자석이 엉겨 붙는 것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며 하나로 연결된 사슬처럼 행동한다. 그러므로 잎의 기공을 통하여 물이 증발되면 아래로 연결된 물 분자들이 위로 쭉 끌려 올라가게 된다. 식물이 높은 곳까지 물을 거뜬히 끌어 올릴 수 있는 데는 뿌리, 줄기, 잎의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쏟아져 내리는 막대한 양의 태양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 인류는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였다. 우주에서 사용하기 위해 처음 개발되었던 태양 전지는 오늘날 일부 주택의 지붕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용화되었다. 태양에너지는 많은 나라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 손꼽히고 있으며 관련 산업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류가 만들어낸 태양 전지는 130년이라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지만, 여전히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효율이 8~15퍼센트에 그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눈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식물이다. 엽록체가 빛에너지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은 최대 95퍼센트에 이른다. 식물의 광합성은 1.5리터 페트병 2개 분량의 물과 충분한 햇빛만으로 한 가정에서 하루 동안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다. 과학자들은 식물의 광합성 시스템을 모방해 더 효율적인 태양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식물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지만 광합성이라는 고도의 전략으로 충분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초록의 신비를 간직한 식물들을 통해, 지구로 내려온 태양 빛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햇살을 받으며 초록을 뽐내는 잎사귀에서 조용하지만 역동적인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싱그러운 나뭇잎 한 장을 들여다보아도 생명의 위대한 섭리를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참고
- 『엥겔만이 들려주는 광합성 이야기』 (이흥우 著)
- 『살아 있는 과학 교과서』 (홍준의 외 3명 共著)
- 뉴턴 편집부, ‘경이로운 식물들-알려지지 않은 식물의 세계’, Newton (2013. 10월호)
- 이성규, ‘‘인공 잎’에 주목하는 태양의 아이들’, 사이언스타임즈 (2014.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