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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꿈, 우주 탐험

오거스트 크루시(August Kruesi, 우주항공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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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류는 언어와 문화,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밤하늘에 매료됐다. 그들은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행성과 별까지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밤하늘을 면밀히 관측했던 마야인들은 열대 지방의 태양년1과 19분 이내의 오차 범위 안에서 정확한 260일과 365일 주기의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 고대인들은 별자리의 배열에 따라 도시를 건설하기도 했는데, 세계적으로도 별자리 모양에 맞추어 배치된 주거지나 건축물을 찾아볼 수 있다.

1. 태양년: 태양이 어떤 기준점에 대하여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약 365.24일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별빛에도 불구하고 고대인들은 우주의 규모와 웅장함을 감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여느 별보다 더 밝고 움직임도 다른 5개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었지만 현재 태양계 행성들로 밝혀진 그 물체들이 지구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별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수백만 년이 걸렸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인류, 지구 바깥을 꿈꾸다

기원전 270년경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인 아리스타쿠스는 시차(視差)의 개념을 이해하고 별이 분명 지구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0세기 초반에 이르러는 우주의 크기를 재는 데 새롭고 거대한 거리 단위인 ‘광년’이 도입됐다. 1920년, 미국의 천문학자 할로 섀플리가 은하수의 지름이 30만 광년이라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추정치는 실제보다 약 3배 정도 컸지만, 우주의 규모가 거대하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분명해졌다.

우주의 크기와 지구를 둘러싼 태양계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우주 탐험에 대한 흥미도 피어올랐다. 태양계 진출에 대한 인류의 잠재된 욕망은 공상과학소설 작가 쥘 베른의 상상력에 의해 깨어났다. 1865년 쥘 베른은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와 여러 속편을 통해, 거대한 우주 대포 ‘콜럼비아드’를 사용해 사람을 달에 발사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이러한 꿈과 열정은 다양한 소설과 영화를 거쳐 마침내 1902년, 조르주 멜리에스의 첫 번째 공상과학 영화 「달세계 여행」이라는 역작을 탄생시켰다.

지구 바깥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 줄 로켓의 시초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 중국의 ‘비화창(飛火槍)’에서 찾을 수 있다. 창의 앞쪽에 화약통을 달아 불을 뿜어내며 날아가는 무기로, 이 같은 기술은 한국과 인도, 유라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됐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로켓공학도 발전했다. 1926년, 미국의 과학자 로버트 고다드가 액체 추진 로켓을 최초로 발사하며 독일과 구소련의 과학자들도 고성능 액체 추진 로켓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우주 탐험의 시작

인류를 우주로 안내할 로켓 추진력의 상당한 발전을 이끈 것은 모순되게도 연이은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가 이끈 독일은 현대 우주 발사 로켓의 선구자인 유도 미사일(V-2)용 로켓을 개발했다. 독일의 패전 이후 독일에 속했던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미국과 러시아로 흩어져 두 나라의 ‘우주 경쟁’을 이끌었다. 그 결과 1961년 구소련은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지구 궤도에 올렸고, 8년 뒤 미국은 달에 닐 암스트롱을 착륙시켰다. 드디어 인류가 오랜 기간 꿈꾸던 지구 밖으로의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달의 궤도에서 바라본 지구

1968년 12월 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은 인류사에서 손꼽히는 사진 중 하나다. ‘지구돋이(Earthrise)’라고 명명된 이 사진에서 지구는 달의 표면 위로 솟아오르는, 주변의 검은 공간과 대조적인 푸른 구체로 보인다. 이러한 업적은 세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인류의 꿈이 완전히 충족되지는 못했다. 태양계는커녕 달까지밖에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본격적으로 화성목성 등 다른 행성으로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서서히 탐험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198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우주 왕복선은 재사용 가능한 우주선의 타당성을 입증했고, 이후 구소련의 미르(Mir) 우주정거장국제우주정거장(ISS)을 통해 우주비행사들이 한 번에 몇 달 동안 우주에서 머무를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는 ‘우주 관광’의 탄생을 목격했다. 2001년, 최초의 우주 관광객인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가 2천만 달러를 지불하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7일을 보낸 것이다. 이후 값비싼 보증금을 낼 수 있을 만큼 부유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앞다퉈 우주 관광을 예약했다. 이들은 우주 가장자리에서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며 경외심 속에 지구를 바라볼 날을 갈망하고 있다.

인류의 새로운 꿈, 화성 테라포밍

오늘날 세계의 관심은 달을 넘어 화성을 향한다. 인류는 이제 화성의 식민지화를 꿈꾸고 있다. 화성의 환경을 지구와 비슷하게 바꾸어 인간이 거주 가능한 행성으로 만드는 이른바 ‘테라포밍(Terraforming)’을 하려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자원이 소요되는 원대한 계획인데, 사람을 화성에 더 잘 적응하게끔 유전적으로 변형시키는 것까지 거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화성을 태양계 바깥쪽 영역과 그보다 멀리 떨어진 항성계를 탐사하기 위한 디딤돌로 생각한다. 우주 식민지화의 꿈은 과학에 대한 탐구 그 이상이며, 지구와 인체의 경계를 벗어나려는 연구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지구가 80억 인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깃들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 화성의 식민지화는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긴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화성으로 가는 길부터 막막하다. 두 행성이 각기 다른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어, 최소한의 에너지로 지구에서 화성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경로인 ‘호만 전이 궤도’는 약 26개월마다 돌아온다. 어렵사리 시기를 맞춰 출발한다면 약 7개월 후 화성에 도착할 수 있다.

화성에 착륙하는 과정 또한 ‘공포의 7분’으로 묘사될 만큼 까다롭다. 화성의 대기가 희박해 우주선의 하강 속도를 줄이기가 여의치 않은 데다 적절한 각도로 진입하지 않으면 불타거나 튕겨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히 착륙하도록 자동화 절차 수십 가지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수많은 변수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리너 9호가 탐사를 위해 화성 궤도에 도착했을 때도 지구로의 사진 전송 작업이 몇 달간 지연됐다. 무선 신호가 지구와 화성 사이를 오가는 데 3분에서 22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인데, 화성 전체가 몇 주 동안 거대한 먼지 폭풍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꿈과 현실은 달라도 도전은 계속된다

화성에 겨우 도착했다 하더라도 지구와 판이하게 다른 기후를 견뎌야 한다. 여름철 화성은 20℃까지 올라가지만 같은 날 밤에는 영하 73℃까지 떨어진다. 대기는 지구의 0.6퍼센트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이산화탄소다. 대기뿐만 아니라 자기장도 부족해, 우주비행사는 다른 천체에서 방출된 강한 방사선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는 DNA와 면역 체계, 심혈관계를 손상시키며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실험에서 은하 우주방사선(GCR)에 노출된 쥐는 장기적인 행동·인지 장애를 겪었다.

바이킹 1호(화성 탐사선)가 촬영한 화성 표면

그렇다면 갖은 난관을 극복하고 화성에 정착한 인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화성의 인간 식민지에서 태어난 첫 아이인 열 살짜리 소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소녀의 이름은 녹색을 뜻하는 에메랄드, 줄여서 에미다. 에미는 컴퓨터로 만난, 지구에 사는 친구 에즈미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쓴다.

“안녕, 에즈미! 오랫동안 편지를 못 썼네. 오늘은 마지막 보급선 한 척이 왔어. 예전에는 6척씩 왔다는데⋯. 이제는 산소조차 부족해서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도 없어. 에즈미, 넌 정말 부자야! 물이 무척 많잖아. 나도 지구에 가서 너처럼 수영하고 싶어. 정말 멋져 보여. 나는 매일 아빠에게 지구에 가서 너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졸라. 하지만 아빠 말로는 중력 차이 때문에 지구에 가면 내 근육이랑 뼈에 문제가 생길 거래. 가끔은 지구에 너무 가고 싶어서 울어. 하지만 눈물을 모으기 힘드니까 울어선 안 돼. 물이 부족해서 우리는 눈물 한 방울, 한 방울도 저장하거든. 에즈미, 네게 행복한 소식을 보내고 싶었는데⋯. 하지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해. 음식도 물도 부족해. ⋯”

에미의 부모는 딸이 자라면서 불모의 붉은 행성이 생명이 깃든 녹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되길 바랐지만, 에미가 처한 현실은 부모가 꿈꾼 것과 사뭇 달랐다. 에미는 척박한 화성에서 물과 식물이 풍부한 지구로 돌아가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우주로 향하는 애틀란티스호(미국 우주 왕복선)

천문학적인 자원이 필요한 우주 탐사는 결국 지구 자원을 향한 잔인한 약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기술에 의지해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기를 바라고 심지어 그 행성을 개조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구보다 더 고립된 외계 환경은 3차원의 몸을 지닌 인류에게 절박감과 불안감만을 안겨줄지 모른다. 능력의 한계가 분명한데도, 마치 떠나온 집을 그리는 탕자처럼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를 꿈꾼다. 이러한 갈망은 어디서부터, 왜 시작된 것일까. 인간의 정복을 불허하는 무한한 우주 너머에, 인류의 진짜 고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 히 11장 14~1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