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년, 한 천문학자가 은하수는 수많은 별의 모임이라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후 근대 물리학과 천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는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가 직접 망원경을 만들고 개량해 가며 관측했던 은하수는 지구에서 바라본 ‘우리은하’의 옆모습이었다.

Credit: ESO/Jose Francisco Salgado
(josefrancisco.org)
그로부터 400여 년이 지났다. 오늘날 인류는 천체물리학의 발전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체의 발견을 통해 태양계를 벗어나 더욱 크고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우주 속 우리의 주소
사람이 무리 지어 사회를 이루듯 우주의 별도 무리를 이룬다. 가장 기본적인 무리가 별과 성단, 성운, 암흑 물질이 묶여 있는 은하다. 보편적으로 은하 하나에는 2천억 개의 별이 있다지만 수천만 개의 별을 가진 왜소 은하에서 수조 개의 별을 가진 거대 은하까지 그 수는 은하의 종류별로 다양하다.

Credit: ESO
은하는 모양에 따라 나선은하, 타원은하, 불규칙은하로 분류된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는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막대 모양의 구조를 가져 막대 나선은하로 세분되며 원반과 팽대부1, 헤일로2로 이루어져 있다. 원반의 나선팔 부근에는 얼마 전에 생성된 젊은 별이 많은데, 그 이유는 별을 만들어내는 가스와 먼지 같은 성간 물질이 주로 나선팔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1. 팽대부(膨大部): 은하 원반 중심에 항성들이 빽빽하게 모여 볼록 튀어나온 부분.
2. 헤일로(Halo): 은하 원반 주위를 둘러싸는 구형의 영역. 별과 암흑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 밖에 있는 천체임이 밝혀지면서 그동안 성운으로 알고 있던 많은 천체가 은하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은하는 그저 무수히 많은 은하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은하 밖에는 어떤 세계가 있을까?
별들의 집합인 은하는 다시 무리를 지어 은하군과 은하단을 이룬다. 수십 개의 은하가 모인 소규모 집단이 은하군, 수백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은하가 모인 대규모 집단이 은하단이다. 우리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 삼각형자리은하 외 30여 개의 은하와 함께 국부은하군에 속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은하군과 은하단이 모이면 더 큰 구조인 초은하단을 형성한다. 국부은하군은 최소 100개의 은하군·은하단과 더불어 처녀자리초은하단에 소속되어 있다. 처녀자리초은하단은 더 큰 규모의 라니아케아초은하단에 포함된다. ‘라니아케아(Laniakea)’는 하와이어로 ‘무한한 하늘’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천체들은 서로 중력에 이끌리기 때문에 우주에 골고루 퍼져 있기보다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밀집된 영역과 텅 비어 있는 영역이 나뉘어 비눗방울 모양의 우주 거대 구조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 과학 기술로 관측할 수 있는 범위일 뿐, 과학자들은 이것이 우주의 전부가 아니리라 추측한다.
우주 거대 구조 속 라니아케아초은하단, 처녀자리초은하단, 국부은하군 안에 있는 우리은하. 그 중심에서 2만 6천 광년 정도 떨어진 태양계에서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 위의 어딘가가 우주 속 우리의 주소다.
측량할 수 없는 공간, 무한의 세계
2019년 5월,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l)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16년간 관측해 온 사진을 모두 합쳐 26만 5천 개의 은하가 담긴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에는 꽤 광범위한 우주가 담겼으나, 이는 우주 전체에서 볼 때 지구에서 본 보름달 크기에 불과한 규모였다. 드넓은 우주를 담은 한 장의 사진은 역설적으로, 측량할 수 없는 우주의 크기를 실감케 했다.
지금까지는 우주에 대략 2천억 개의 은하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2016년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팀은 은하가 기존의 예상보다 10배가량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2조 개에 달하는 전체 은하의 90퍼센트 이상은 너무 멀리 있거나 희미해서 성능이 가장 좋은 망원경으로도 관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인간은 먼지보다, 또는 원소보다도 작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미터법 등으로 별과 우주의 규모를 헤아리는 것은 어렵다.
우주의 기본 단위로는 별들의 모임인 은하와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광년(光年)이 사용된다. 광년은 현재까지 가장 빠르다고 알려진 ‘빛’이 진공에서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를 말한다.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 거리를 일상의 단위로 환산해 보자. 빛은 1초에 지구 7바퀴 반, 즉 30만 킬로미터를 나아간다. 여기에 60초, 60분, 24시간, 365일을 곱한 값이 1광년이다. 그 거리는 약 9조 5천억 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까지 238억 번, 지구에서 태양까지 약 6만 3천 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럼 이 빛의 자를 가지고 우리은하의 크기부터 시작해 우주를 가늠해 보자. 지름이 10만 광년인 우리은하는 2천억 개에서 4천억 개의 별을 가진, 작지 않은 은하다. 나선팔 간의 거리는 5천 광년이며 나선팔의 평균 두께도 2천 광년에 달한다. 태양은 우리은하를 초속 220킬로미터로 공전하고 있지만, 한 바퀴를 돌아 원래 자리로 오는 데도 2억 3천만 년이 걸린다. 이 시간은 은하년(Galactic year)이라는 단위로 쓰인다. 약 47억 년을 살아온 태양은 은하 중심을 20바퀴 정도 돌았으니, 은하년으로는 스무 살이다.
‘IC 1101’은 지구에서 10억 광년 이상 떨어진 가장 큰 외부은하다. 우리은하보다 2천 배 이상 많은 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IC 1101의 지름은 4백만 광년에서 6백만 광년에 이른다. 국부은하군의 지름은 6백만 광년, 처녀자리 은하단의 지름은 1억 천만 광년이며 우리은하를 포함해 10만 개의 은하를 품고 있는 라니아케아초은하단의 지름은 5억 광년이다. 그리고 인간이 이론적으로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무려 940억 광년이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470억 년 정도를 달려야 우주의 한쪽 끝에 다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만나고 부딪히며 진화하는 별무리
사람은 사회라는 무리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거나 넓히며 자신의 위치를 지켜나간다. 무한에 가까운 우주에서도 천체들은 무분별하게 퍼져 있지 않고 집단을 이루며 분포한다. 그러다 보니 은하 집단 내의 비교적 가까운 은하들은 종종 서로 만나고 부딪힌다. 이때 중력이 큰 은하끼리 조석력3이 작용해 중력장4을 변형시키고 은하의 모양을 바꾼다.
3. 조석력(潮汐力, tidal force): 천체의 두 지점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의 차이. 지구와 달 사이에 크게 작용하여 해수면의 높이차를 만들어내며, 은하 간 작용해 모양의 변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4. 중력장(重力場): 중력이 작용하는 천체 주위의 공간.

은하끼리 충돌하는 모습도 다양하다. 스쳐 지나가거나 정면으로 부딪치고, 작은 은하가 큰 은하에 병합되기도 한다. 두 은하가 비껴가면 은하가 찢어지거나 늘어나면서 막대·고리·연결다리·꼬리 등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운동량이 큰 두 은하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그저 통과하며 형태만 살짝 달라진다. 둘 이상의 나선은하가 하나로 합쳐지면 전혀 다른 모양의 타원은하가 형성된다. 놀랍게도 이러한 과정에서 은하 속의 별들끼리 부딪힐 확률은 거의 없다. 별과 별 사이가 상당히 멀기 때문이다.
수억 년 동안 우주에 펼쳐지는 은하의 만남은 기묘하고도 아름답다. 은하 충돌의 여파로 가스나 먼지가 서로 교환되고 은하의 핵이 빛나거나 별들이 폭발적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은하 내부에서 더 이상 별이 태어나지 않으면 은하는 늙은 별을 품에 안고 삶을 다하지만, 다른 은하와 충돌하면서 다시 소생할 수 있다. 우리은하도 수많은 왜소 은하와 만나면서 현재의 크기가 됐으며, 지금도 우주 속 1퍼센트의 은하는 병합하는 중이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와 22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그러나 우주의 관점에서는 거의 붙어 있는 수준이다. 우리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지구라는 행성에서 붙어 지내는 운명 공동체다.
작디작은 지구에서 여러 이해관계와 상황에 부딪히며 사는 인류에게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 아름답게 수놓아진 천체도 그 나름의 사회와 질서가 있다. 우주가 생긴 뒤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별들의 탄생과 별무리의 상호작용은 은하의 성장을 이뤘고, 우주를 날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낸다. 오늘도 우리는 그 경이로운 섭리의 한가운데 있다.
“그가 해를 명하여 뜨지 못하게 하시며 별들을 봉하시며 그가 홀로 하늘을 펴시며 바다 물결을 밟으시며 북두성과 삼성과 묘성과 남방의 밀실을 만드셨으며 측량할 수 없는 큰 일을, 셀 수 없는 기이한 일을 행하시느니라” 욥 9장 7~10절
“저가 별의 수효를 계수하시고 저희를 다 이름대로 부르시는도다” 시 147편 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