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진가(眞價)

조회 10,670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 때, 양심에 찔리는 거짓말을 할 때, 청양고추를 한 입 베어 물 때, 심한 열 감기에 걸렸을 때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있다. 바로 땀이다. 이처럼 사람은 다양한 땀을 흘리며 살아간다. 특히나 무더운 여름에는 매일 땀과의 크고 작은 결투가 벌어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땀은 반갑지 않은 여름 불청객이자 더럽고 냄새나는 노폐물쯤으로 치부되어버리곤 한다.

그런데 만약 사람이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땡볕 아래 강아지처럼 입 밖으로 혀를 내민 채 헐떡거리며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땀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존재다. 땀과의 즐거운 동행을 시작해보자.

땀이란 무엇일까?

땀은 전신 피부에 분포된 땀샘에서 분비되는 액체로, 99퍼센트는 물, 나머지는 나트륨, 염소, 칼륨 등의 이온으로 구성된다. 나트륨과 염소는 신체 내 수분을 적절히 조절해주고 칼륨은 신진대사를 도우며 칼슘과 마그네슘은 근육의 운동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격한 운동 중에 쥐가 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땀에 의한 이온 손실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근육이나 신경의 운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인 이온이 부족해지면서 정상적인 근육운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4킬로그램 정도의 땀을 흘린다고 가정했을 때 몸속 나트륨과 염소 함량의 5~7퍼센트가 손실돼 근육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이 흘리는 땀의 양은 계절과 신체 활동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500~700밀리리터 정도라고 한다. 사람이 의식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흘릴 수 있는 땀의 최대치는 무려 10리터에 달한다. 프로 축구선수가 한 경기에서 흘리는 땀의 양이 4리터, 마라톤 선수가 완주할 때 흘리는 땀의 양이 6리터인 것을 생각해보면 가히 엄청난 양이다.

우리 몸에는 에크린샘(Eccrine Gland)과 아포크린샘(Apocrine Gland) 두 종류의 땀샘이 있다. 에크린샘은 진피 심층과 피하조직 경계 부위에 존재하며 굵은 실타래가 뭉쳐진 공 모양처럼 생겼다. 체온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교감신경에 의해 제어된다. 약 200만~500만 개가 온몸에 퍼져 있으며 평소에 우리가 흘리는 땀 대부분은 이곳에서 분비된다. 냄새의 주원인이 되는 아포크린샘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단백질, 지방, 당질, 피루브산 등이 함유된 땀을 배출하는데, 피부의 세균이 이를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하면서 불쾌한 냄새를 유발한다.

다재다능한 땀

너무 일상적이어서 공기의 소중함을 실감하지 못하듯 우리는 매 순간 땀을 흘리면서도 땀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중에서도 땀의 가장 큰 기능은 체온을 낮추는 데 있다. 피부에 물기를 다 닦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을 쐬면 오싹할 정도의 한기가 드는데, 이는 물이 기화하며 피부의 열을 빼앗기 때문이다. 인체의 능률적인 냉각 시스템도 이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 땀은 냉각수와도 같아서 땀샘에서 배출되며 한 번, 피부 표면에서 증발하며 한 번 더 열기를 식혀준다.

열 발산의 80퍼센트가 땀을 통해 이뤄질 만큼 땀의 체온 조절 효과는 무척 크다. 체중이 60킬로그램인 사람이 1리터의 땀을 흘리면 체온을 10도가량 낮출 수 있다. 이렇게 성능 좋은 냉방 장치를 적절히 가동하는 덕택에 우리는 아무리 날씨가 더운 날에도, 아무리 심하게 운동을 해도 항상 36.5도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땀은 때때로 심리 상태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 응원하는 야구팀이 만루 홈런을 쳐서 역전하는 모습을 볼 때 손이 땀으로 축축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스트레스, 긴장감, 불안감,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등의 감정을 느끼면 교감신경이 작동해 땀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서적인 자극에 의해 흘리는 ‘감정적 땀’은 얼굴, 겨드랑이, 손, 발에 집중된다. ‘손에 땀을 쥔다’라거나 ‘식은땀이 난다’ 등의 관용적인 표현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때 흘리는 땀은 긴장감을 완화하고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감정적 땀은 현대 법의학과 정신의학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감정적 땀은 감정 변화에 의해 잠복기 없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땀이 나서 손과 발이 축축해지면 전기 전도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용해 거짓말 탐지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데 이용한다.

높은 온도나 감정적 자극에 의한 땀 이외에도 음식물의 신맛이나 매운맛 등의 자극에 의해 이마나 코, 윗입술에서 땀이 나기도 한다. 이는 미각과 연계된 신경반사에 의해 얼굴의 땀샘이 자극을 받아 일어난다.

노폐물 배출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땀의 진가는 무시할 수 없다. 땀샘은 신장과 함께 우리 몸의 배설기관에 속한다. 땀샘에서 배출된 땀은 몸속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몸속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특히,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체내에 쌓인 노폐물과 납, 카드뮴 등 중금속 성분이 빠져나가 건강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땀을 쏟으면 노폐물과 중금속뿐만 아니라 철, 마그네슘, 망간, 아연 등 몸에 꼭 필요한 무기질까지 잃게 돼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내 몸의 건강 신호등

적당한 양의 땀은 우리 몸이 체온 조절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지만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거나 거의 흘리지 않는다면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때는 땀이 이상 분비되는 원인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다한증’은 교감신경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되어 나타난다. 땀 때문에 손이 축축해져 악수하기가 부담스럽거나 겨드랑이 부분이 흥건히 젖어 민망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흘리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무한증’은 땀이 전혀 나지 않는 증상으로 땀을 통한 체온 유지가 불가능해 더위와 힘든 사투를 벌여야 한다. 고열 일사병, 열사병을 유발하거나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노년층은 땀을 흘리는 능력이 떨어져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난 뒤에야 체온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피부에 붙이면 땀의 성분을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센서가 개발되기도 했다. 땀에는 사람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여러 화학 물질과 스트레스의 지표가 되는 다양한 물질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땀에 들어 있는 포도당의 농도로 당뇨병을, 염화 이온의 농도로 낭포성섬유증 같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땀의 산도(pH)를 측정해서 몸의 탈수 여부를 확인하거나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변화를 통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알 수 있다. 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땀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따라 체온 유지와 노폐물 배출, 긴장 완화까지 다양한 기능으로 우리 몸을 지켜주는 땀. 땀은 몸과 마음 건강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다.

“No sweat, no sweet.”

‘땀 흘리지 않는 자는 승리의 달콤함도 맛볼 수 없다’는 말처럼, 땀은 결실을 보기 위한 필연적 과정, 노력, 인내의 상징이기도 하다. 농부가 열심히 일하며 흘리는 땀, 올림픽을 위해 연습하는 운동선수의 땀, 더위와 싸우며 흘리는 수험생의 땀 등 한 사람의 삶의 가치와 태도 등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이처럼 땀에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적 요소와 함께 사람 냄새 나는 노력과 수고가 포함되어 있다. 땀 흘려 수고한 모든 일은 당신이 흘린 땀만큼 고귀한 가치가 있다.

참고
박태진, 「여름의 불청객이라고? ‘땀’의 항변」, KISTI의 과학향기 제1663호
안세영·조정래, 『다한증의 이해와 치료』, 와이겔리,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