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촌 누님 댁을 방문했다. 현관으로 들어서다 나를 맞이하는 누님을 보고 흠칫했다. 10여 년 전 돌아가신 큰어머니가 눈앞에 서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만나지 못한 7년 동안 사촌 누님은 영락없이 큰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심전심인지 오히려 누님이 날 보고 한마디 했다.
“얘, 너는 어쩜 갈수록 작은아버지하고 똑같니?”
3남 1녀 중 막내인 나는 어려서부터 다른 형제들에 비해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흔을 넘겨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입가에 주름이 생기면서 그 말을 듣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이제는 ‘닮았다’라는 표현으론 부족한지 “진짜 닮았다”, “똑같다”라고 한다.
“네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신 것 같아!”
사촌 누님의 감탄에 조카까지 거들고 나섰다.
“저쪽에서 작은할아버지가 걸어오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기 때문일까. 가끔 내가 거울을 보고 아버지를 닮은 나의 형상을 향해 말을 건네듯, 친척들은 내게서 아버지를 찾는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누님의 풍채가 큰어머니 그대로라 소감을 말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부모를 점점 더 닮는 것 같아요. 몇 년 전에는 몰랐는데 오늘 보니 누님은 큰어머니를 똑 닮았어요.”
“그래? 지난번에 보니까 네 누나는 점점 작은어머니를 닮아가더라?”
이번에는 친누나 차례였다. 맞는 말이었다. 이전에는 친누나가 어머니를 닮았다고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몇 달 전 만난 누나의 얼굴에서 어머니가 보여 깜짝 놀랐었다. 심지어 말투와 몸동작까지 어머니와 비슷해 재밌고 신기했다.
사실 자녀가 부모를 닮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특징이니까. 엘로힘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우리 역시 하늘 부모님을 닮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리라. 하나님의 자녀들은 육체가 아닌 성령을 따라 난 자라고 하셨다. 우리는 성령의 열매인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등의 품성을 지녀야 한다.
지금의 나는 처음 하나님을 영접했을 때보다 더 하늘 부모님을 닮았을까. 나이가 들수록 부모를 더 닮는 육의 이치처럼 믿음의 연륜이 더할수록 하늘 부모님을 더욱 닮는 자녀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장차 우리를 하늘에 속한 자의 형상으로 변화시켜 주실 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당신들을 쏙 빼닮은 자녀를 보고 흐뭇해하실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