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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새를 돕다가

한국 부산 서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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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딸아이와 함께 아파트 정문에 들어서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죽었나? 어짜노.”

아이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새가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가리킨 곳에는 아기 새가 죽은 듯 누워 있었다. 남편과 나, 아이들은 고심 끝에 119에 신고했다. 그런데 119구조대는 동물을 구조하는 곳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때마침, 얼마 전 다리 다친 길고양이를 구청 동물관리부에 신고해서 구조했던 기억이 났다. 우리는 바로 구청으로 전화했고 아기 새를 나무 위에 올려두면 엄마 새가 데리러 올 거라는 답변을 들었다. 직원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자 아이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아이가 나서서 아기 새를 나무 위에 조심스레 올려놨다. 잠시 후 어디서 나타났는지 정말 엄마 새가 와서 아기 새와 함께 날아갔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다가, 문득 길에 떨어진 아기 새를 아이들이 그냥 지나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긴 해도 아기 새는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이 행하라.”

내내 머리에서만 맴돌던 하늘 어머니 말씀이 가슴으로 깨달아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