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 야구 내셔널리그 신인상 수상 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던 라파엘 퍼칼(Rafael Antoni Furcal). 2008년 ‘LA 다저스’와의 계약이 만료될 무렵,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경쟁이 뜨거웠습니다. 그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고액의 연봉과 함께 퍼칼의 메이저리그 첫 소속 구단으로서 옛 동료가 많다는 점을 내세우며 설득을 이어갔고, 언론에 그의 귀환을 서둘러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퍼칼의 최종 선택은 브레이브스가 제시한 연봉에 미치지 못하는 LA 다저스와의 재계약이었습니다. 그의 마음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중고 소방차 한 대. 도미니카공화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퍼칼은, 미국에서 성공한 뒤에도 늘 고향을 염려했습니다. 고향 사람들이 아프면 선뜻 치료비를 지원하기도 했지요. 그런 그가, 불이 나면 트럭에 물통을 싣고 가 불을 끌 정도로 고향의 소방 시설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기억하고 있던 다저스의 구단주가 고향에 소방차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퍼칼은 “다저스가 나와 내 고향을 진심으로 생각해주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마음, 이보다 강력한 협상 카드는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