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성으로 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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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가에서는 아들이 첫돌을 맞으면 돌상에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을 올리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천인천자문이란 말 그대로 천 명의 사람들이 한 글자씩 쓴 천자문을 말합니다.

아들이 태어나면 아버지는 진사나 생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천자문을 한 글자씩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부탁을 받은 이들은 한자와 함께 아래에는 뜻과 음을, 왼쪽에는 자신의 이름을 쓴 뒤 도장을 찍었지요. 지인이라도 빈손으로 찾아가 글을 써달라고 하는 것은 결례이기에 아버지는 작은 답례품까지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필체가 담긴 천자문을 한 권의 교본으로 엮어 첫 생일을 맞은 아들에게 선물했던 것입니다.

천인천자문은 글을 구걸하다시피 빌려서 썼다는 의미로 걸자천자문乞字千字文이라 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썼다는 뜻으로 만인문萬人文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책은, 아들이 여러 사람의 글재주와 지혜를 옮겨 받아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부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집 저 집 발품을 팔고 다닌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