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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자동차

한국 익산 백현미

조회 7,442

탈탈탈탈.

톨게이트를 통과해 고속도로에 들어설 무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엔진 경고등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하필⋯.’

연휴의 마지막 날, 그것도 일요일 오후라 문을 연 카센터도 없었다. 난감했다.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이상해진 것은 아니었다. 엔진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꺼지기를 반복했지만 시동이 켜지고 운전에 지장은 없기에 여기저기 볼일을 보며 차를 끌고 다녔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기랴 싶었다.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250킬로미터 남짓. 고속도로에서 시동이 꺼지면 어쩌나 걱정은 됐지만 차를 고치고 가려면 연고지도 없는 도시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어떻게든 집까지 가보기로 마음먹고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엔진 경고등에 다시 불이 들어올 줄이야.

이번에는 증상이 심각했다. 소리도 요란하고 경고등에 불이 켜지는 시간도 길어졌다. 당장이라도 차를 멈추고 싶었지만 고속도로라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기어이 사달이 난 것은 시간이 자정을 넘기고 목적지까지 20킬로미터 정도가 남은 지점에서였다. 차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는지 아무리 액셀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고 털털거리는 소리만 더욱 커졌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렸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천천히 달리는데 큰 트럭이 속도를 내며 옆으로 쌩하고 지나갔다. 등에서 식은땀이 솟았다.

생각해 보니 차에 이상 신호는 훨씬 전부터 있었다. 명절에 고향을 다녀오면서 미세한 떨림이 감지되었고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연료도 빨리 소모됐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나는 큰 문제점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타고 다녔다.

‘아, 미리 정비를 해둘걸. 먼 거리를 가면서 왜 안일하게 생각했을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급기야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견인차를 기다렸다.

잠시 후, 고속도로 순찰대가 나타났다. 비 오는 날에는 갓길이 너무 위험하니 느린 속도로 가더라도 톨게이트까지 이동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뒤에서 따라갈 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켜 주어 고속도로 순찰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겨우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이 탁 풀렸다.

다행히 차에 큰 문제는 없었다. 엔진 부품 하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해 생긴 말썽이었다.

차 때문에 마음 졸이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처음 이상 신호가 왔을 때 신경 쓰지 않고 점검을 미뤘다가 주행 중에 큰일을 당하고 보니, 천국으로 가는 길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의 문제를 알리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느긋하게 지내다가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고장 난 작은 부품 하나가 차량 운행에 큰 지장을 주었던 것처럼 나 역시 믿음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으면 목적지인 천국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서 큰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으리라.

수시로 믿음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즉시 고쳐서, 잘 정비된 자동차 같은 모습으로 천국 길을 달려가야겠다.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한 대가로 치뤘던 위험천만한 순간들 속에 내 곁에서 함께하셨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