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호조판서1 김좌명의 집에 최술이라는 젊은 머슴이 있었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그는 성실하고 총명해 어떤 일이든 척척 해냈습니다. 김 판서는 그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해, 서리2로 임명하고 중요한 일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최술의 어머니가 찾아와 간곡히 청했습니다.
1. 국가의 재정을 총괄하는 관청의 으뜸 벼슬
2. 관아의 벼슬아치 밑에서 일을 보던 사람
“대감께서 제 아들을 크게 써주시니 참으로 영광입니다만, 부디 아들의 직책을 거두어주십시오.”
남들은 뇌물을 주어서라도 얻고자 하는 자리를 오히려 박탈해달라고 하니, 김 판서는 적잖이 당황해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최술의 어머니가 공손히 아뢰었습니다.
“대감의 은덕으로 저와 아들은 배곯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들이 부잣집에 장가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출세를 하더니 아들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음식 투정을 했답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기고만장하여 직무에서 중죄를 범할까 걱정입니다. 하여, 다른 일을 주어 굶지 않게만 해주시기를 감히 청합니다.”
자식이 진정 바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진심 어린 마음에 깊이 탄복한 김 판서는, 그 간절한 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