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가정의 행복을 지킨다

가족이 함께 운동하면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은 물론, 가정의 화목까지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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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물건을 집으로 받아볼 수 있기에 시장에 가지 않아도 되고, 관공서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서류를 뗄 수 있다. 자가용이나 여러 교통수단으로 어디든 편하게 갈 수도 있다. 이처럼 문명의 발달은 생활의 편리와 여유를 가져왔지만, 이로 인해 현대인들이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적어졌다. 가장 기본적인 운동인 ‘걷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니 말이다.

운동이 부족하면 비만은 물론 각종 대사증후군과 만성질환 등 여러 질병을 초래한다. 의학은 발달하고 있지만 심장병,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암 환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인 것도 운동이 부족한 탓이다. 현대인들에게 운동량이 부족하여 나타나는 질병들을 ‘운동부족병’이라 하는데, 주로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나타나 ‘도회병’ 또는 ‘도시병’이라고도 한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성인 네 명 중 한 명이 운동 부족이라고 발표했다. 또, 의학저널 란셋글로벌헬스(Lancet Global Health)는 운동 부족이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여러모로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사람들 역시 운동의 필요성을 자각하고는 있으나 귀찮다, 힘들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운동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 건강과 운동은 뗄 수 없는 사이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근력, 지구력, 유연성 등을 길러주고 심장과 호흡기 등 신체 각 기관에 다방면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면 숨이 차고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는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심장을 강하게 만든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며, 혈관을 이완시켜 탄력적이고 건강한 혈관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기초대사량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의 에너지 양을 말한다.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높여 체력을 좋게 하며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할 뿐 아니라, 지방을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운동으로 인한 근육의 발달은 혈당 조절을 유리하게 해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체온은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척도다. 운동하면 열에너지가 혈액에 의해 온몸의 세포에 전달돼 적정 체온이 유지된다. 저체온인 사람은 체온이 1도만 올라가도 면역력이 크게 상승하며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특히, 대장암의 발병률을 평균 40~50%, 많게는 70%까지 낮출 수 있다.

사람은 35세가 넘으면 매년 대략 1%씩 골량(骨量, 뼈에 함유된 칼슘의 양)이 줄어들어 골다공증이나 골절이 생기기 쉬운데, 이때 아령과 역기를 이용해 운동하면 골밀도 감소를 늦출 수 있다. 노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 생활의 활력을 더하는 것이다.

몸을 움직일 때 튼튼해지는 뇌

운동은 몸만 아니라 뇌를 사용하는 일이다. 뇌가 일하지 않으면 손발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평형감각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심장과 간을 평소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위한 신호도 뇌가 보낸다. 알에서 태어난 멍게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정착한 뒤에 스스로 뇌를 분해해 없애는데, 이는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뇌가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진은 쳇바퀴가 있는 우리와 없는 우리에 생쥐를 각각 23마리씩 넣어두고 2주 후 생쥐들의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쳇바퀴로 운동한 생쥐들은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의 혈류가 증가했고, 새로운 뇌세포도 두 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운동을 멈춘 후에도 그 변화는 오래 유지되었다.

몸을 움직였는데 뇌가 튼튼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는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폐나 심장보다 더 많은 산소를 소모한다. 운동을 통해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많아지면 혈액에 포함된 산소량도 많아진다. 산소는 세포들의 영양분이다. 따라서 뇌세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도 많아져 뇌 기능이 원활해지는 것이다.

BDNF(Brain-derived neutrophic factor, 두뇌신경촉진인자)는 신경계의 발달과 두뇌가 외부 자극에 적응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는 운동할 때 분비량이 늘어나는데, BDNF 수치가 높으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커지고 스트레스 상황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운동은 뇌가 먹는 영양제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노화에 따라 그 기능이 떨어지는데, 뇌가 튼튼해지면 이런 현상을 늦춰 치매도 예방한다.

또 다른 교실, 운동장

과거에는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부모님 일을 도왔고, 먼 거리에 있는 학교도 걸어 다녔다. 당연히 몸을 움직일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적은 데다, 컴퓨터나 TV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험생이 되면 공부에 매진하느라 사실상 운동과 담을 쌓는다.

그러나 아이들의 지능을 발달시키고 집중력, 학습 능력을 키우려면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뇌의 백질1 은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조직으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인데, 운동을 많이 하면 백질이 는다. 백질이 많을수록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된다.

1. 중추 신경계에서 신경 섬유로 이루어진, 육안으로 하얗게 보이는 부분. 회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회백질이라 한다.

실례로, 2005년 미국의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1교시 시작 전 운동장을 뛰게 한 뒤 1, 2교시에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과목을 듣게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향상되어, 이 고등학교가 국제 학력 평가 과학 분야에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인 데이비드 월시 박사는, 운동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격성은 ‘만족지연능력(하고 싶었던 일을 조금 참았다가 나중에 할 수 있는 능력)’과 연관이 깊은데, 이를 일반적인 수업으로 가르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규칙을 지키는 운동 경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아이들은 운동하면서 도전 정신과 리더십, 협동심은 물론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배우고, 나아가 사회생활에 필요한 덕목을 익히고 활발한 인간관계도 체험할 수 있다. 공부에 대한 중압감, 교우 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이렇듯 운동은 심신(心身)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덤으로 행복까지 주는 운동

우리의 감정은 호르몬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으로는 엔도르핀도파민, 세로토닌이 있는데 이들을 ‘행복 호르몬’이라 부르기도 한다. 땀이 나도록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이유도 행복 호르몬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르몬이 부족할 경우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우울증이나 강박증, 불면증, 공황장애 등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 우울증에 관련된 여러 논문에서 우울증 치료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운동을 꼽는다. 운동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한 환자들은 약물만 복용한 환자보다 호전율이 훨씬 높고 재발률도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꾸준히 운동하면서 예전보다 체력이 좋아지고 몸이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느낌에 자신감이 올라간다. 아울러 매사에 의욕도 생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지고 비관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기 쉽다. 곤란하고 난감한 상황은 살아가면서 어느 때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문제에 대해 차분히 고민할 필요도 있지만, 분위기를 바꿔 밖에 나가 운동을 하면 불필요한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올바르게 판단할 힘이 생기고 낙관적인 마음이 생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평소 몸을 많이 움직여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길을 가다 가파른 언덕길이나 계단을 만나도 장애물이 아닌 운동의 기회로 여기게 된다. 귀찮은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 충분한 에너지와 긍정의 마음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한다.

화목을 도모하는 가족 운동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TV와 인터넷에 빼앗긴 요즘, 가족과 함께하는 운동은 가정의 행복과 결속력에 더없이 좋은 활동이다. 2014년 한 대학교에서 서울·경기 지역민 509명을 대상으로 ‘가족건강성’에 대해 조사했다. 가족건강성이란, 가족 구성원 간에 원활히 상호작용하며 생활하는 정도를 뜻한다.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온 그룹은 ‘평소 가족과 함께 운동을 한다’고 답한 사람들이었다.

가족이 함께 운동하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신체 접촉이 자연스러워진다. 정서적 친밀감이 높아지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게 되어 가족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대화에 서툰 가족도 운동을 통해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엄마에 비해 아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눌 기회가 적은 아빠가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면, 그 시간이 짧더라도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추억이 된다.

자녀를 타이르거나 꾸중해야 할 때, 방 안에서 하는 것보다 함께 밖에 나가 산책하면서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앞을 보며 보폭을 맞춰 걷다 보면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면 뇌가 같은 경험을 하기에 대화도 잘 풀린다.

가족과 함께하는 운동은 생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실천 가능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자.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운동하는 시간은 즐거워야 한다. 상대가 하기 싫어하는 운동을 강압적으로 권한다거나, 운동을 하는 동안 핀잔을 주거나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택해 서로 칭찬하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대통령은 교도소에서 27년 동안 복역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재임 시절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운동하면 피곤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운동은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원천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몸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정신도 피폐해진다. 그러나 무엇이든 넘치면 오히려 독이 되니, 운동 역시 신체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운동 강도와 시간, 몸 상태, 날씨 등을 고려해 적당히 해야 한다. 준비운동으로 시작하고, 힘들게 느껴질 때는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소중한 여가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고 가족과 함께 신나게 몸을 움직여보자. 산책, 달리기, 자전거 타기, 캐치볼, 등산, 수영, 줄넘기, 탁구, 배드민턴 등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은 다양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집에서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을 해도 된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