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신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위다. 얼굴에는 인간이 가진 5가지 감각 중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을 담당하는 4개의 감각기관이 모여 있다. 이 감각기관들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먹고 마시고 숨 쉬고 말하는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얼굴에 있는 눈, 코, 입은 각기 제 임무를 감당하는 동시에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표정을 연출해낸다. 동물, 곤충에도 얼굴이 있지만 사람만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사람은 얼굴 근육이 유독 발달했기 때문이다. 사람 얼굴에는 43~80여 개 근육이 있고, 얼굴 근육을 움직여 지을 수 있는 표정은 1만 개 이상이다.
많은 얼굴 근육을 사용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는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자유롭게 볼 수 없다. 거울이나 카메라 렌즈 같은 도구를 이용해 거기에 비춰진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일평생 단 한 번도 실물을 보지 못한다. 즉 타인만이 나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얼굴은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여기서 얼굴은 생김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그려진 표정을 말한다.
내 것이지만 항상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어 있는 얼굴. 미용, 성형 등으로 얼굴을 젊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바로, 표정 관리다.
표정은 곧 감정
사람은 기쁘고 행복하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아프고 슬플 때는 입꼬리가 내려간다. 놀라면 눈이 커지고 화가 나면 미간을 찌푸린다. 이처럼 마음속에 품은 감정과 정서 등의 심리 상태는 표정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표정’을 한자로 풀이하면 ‘겉 표(表)’ 자에 ‘뜻 정(情)’ 자로 ‘마음을 나타낸다’라는 의미다. 때로는 말보다 표정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감정을 나타낸다. 말로는 속여도 표정은 못 속인다. 행복, 슬픔, 놀람, 혐오, 공포, 분노 등 6가지 대표적인 얼굴 표정은 국가와 인종 차이 없이 동일하다.
어떤 학자는 사람이 사회적 동물로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표정 때문이라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감정 없는 로봇처럼 표정을 지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기도 어려워 어둡고 삭막한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감정은 내면에서 작용하여 겉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떤 표정을 지으면 그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이를 ‘안면 피드백 효과’라 한다. 예를 들면, 즐겁지 않아도 웃는 표정을 지으면 즐거울 때와 같은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특정 감정과 관련 있는 신경회로와 얼굴 표정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 뇌의 부교감신경에 자극을 주어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는 공감 능력과도 관련이 깊다. 사람의 뇌에는 거울신경세포가 있어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고 무의식중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표정을 따라 하면 상대방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말보다 큰 표정의 영향
말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듣는다. 청각적인 정보와 시각적인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시각적인 정보를 더 신뢰한다. 말로는 “나 화 안 났어”라고 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본다면 상대방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반대로, “나 화났어”라고 말해도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다면 상대방은 그 사람이 화를 내기는커녕 기분이 좋다고 판단한다. 아무리 좋은 말도 언짢은 표정으로 말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상할 수 있고,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더라도 밝은 표정으로 상냥하게 말하면 오히려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머레이비언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앨버트 머레이비언(Albert Mehrabian) 교수는, 의사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말의 내용은 7%, 목소리나 억양 등 청각적 요인은 38%, 표정·눈빛·태도 등 시각적 요인은 5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대화를 할 때 말의 내용보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말투,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말을 할 때 말과 일치하는 표정을 지으면 상대방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한다. 또,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상대방은 내 표정을 보며 자신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고 있는지 판단하므로, 말을 들을 때도 말의 내용에 일치하는 표정을 지어주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걱정하는 말을 할 때는 걱정하는 표정, 기쁜 일을 이야기할 때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경청하고 있음을 나타내면 된다.
무표정은 ‘당신과 대화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메시지와 같다. 대화는 상대방이 내 표정을 보며 ‘내 말을 잘 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입꼬리만 살짝 올려도 한결 부드럽고 온화해 보여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
밝은 표정, 인생을 바꾼다
사람은 살아가는 내내 타인을 접하고 살아간다. 밝은 표정은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고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욱 표정이 밝아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에드워드 트로닉(Edward Tronick) 박사는 12개월 이하의 아기가 엄마의 표정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실험은 엄마가 아이를 보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가 무표정으로, 무표정에서 다시 밝은 표정을 짓게 하고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아기는 엄마의 밝은 표정을 보고 즐거워하다가도 엄마가 무표정을 짓자 어쩔 줄 몰라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엄마가 다시 환한 표정을 짓자 아이도 울음을 멈추고 활짝 웃었다.
아이의 기분은 부모의 표정에 달려 있기에 부모의 얼굴이 밝아야 아이도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부모가 무표정하거나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아이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정한 감정을 갖는다. 부부가 대화를 나눌 때도, 물건을 구입할 때도, 길에서 타인과 이야기할 때도, 부모가 밝은 표정을 지어야 아이도 긍정적으로 밝게 자란다.
표정이 밝은 사람은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며 상대방을 덩달아 즐겁게 한다. 그런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고,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좋은 학력, 화려한 경력, 뛰어난 말솜씨를 지녔다 할지라도 표정이 어둡고 굳어 있으면 면접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판매·영업·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표정이 업무 성과로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밝은 표정은 기본이다. 가정의 행복이든, 자녀 양육이든, 일의 성공이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표정부터 밝아야 한다.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곧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의미와도 같다. 힘들다고 찡그리면 더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다. 사람의 인상은 많이 사용하는 근육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에 불만을 품고 사는 사람은 성난 표정이 되기 쉽고, 평소 고민을 많이 하거나 예민한 사람은 얼굴에 특유의 주름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별로 소비되는 것은 없으나 건설하는 것은 많으며, 주는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으나 받는 사람은 부유하게 해준다. 아무리 부자라도 이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 없고, 아무리 가난해도 이것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다. 가정에 행복을 더하고, 일 가운데 지탱이 되어주며, 친구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한다. 피곤한 자에게는 휴식이 되고, 우는 자에게는 위로가 되며, 인간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다. 그러면서도 살 수 없고, 빌릴 수도 없고, 도둑질할 수도 없다.”
처세술 전문가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가 미소, 즉 밝은 얼굴에 대해 한 말이다. 밝은 얼굴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과 밝은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롭고 부유하게 사는 사람이다. 밝은 얼굴은 가정의 미래를, 인생의 미래를 환하게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