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안동에 보물 제182호 ‘임청각’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민가로서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인 99칸 저택으로,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살림집 중 가장 오래되었지요.
일제의 서슬 퍼런 탄압이 한창이던 1911년 1월, 임청각의 주인 이상룡 선생은 400여 명에 이르는 종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가서 나라를 되찾는 일에 힘을 보태라며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자신은 만주로 망명해 독립투쟁에 힘썼습니다. 아들, 손자, 동생, 조카 등 선생의 일가 식구들까지 독립운동에 동참하자, 일제는 불령선인1들의 집에 정기를 끊겠다며 1941년에 임청각 중앙을 가로질러 철길을 냈습니다. 이로 인해 행랑채와 곳간 등이 훼손되어 지금은 절반가량 남은 상태이지요.
1.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한국인을 이르던 말.
임청각에서 배출된 독립유공자는 3대에 걸쳐 총 9명입니다. 광복을 위해서라면 몸도 재산도 아끼지 않은 곧은 정신이 대를 이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가정교육에 있었습니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 것, 정도의 길을 걸을 것, 남에게 폐 끼치지 말 것, 집안의 화목을 위해 형제간이라도 말조심할 것 등 어려운 처지에도 자녀 교육에 힘쓰며 가풍을 지킨 명문가. 그 명예는 99칸 대궐보다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