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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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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 시절 영의정이었던 정호가 늙어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에서 과수원을 가꾸고 있을 때의 일이다.

도승지 이형좌가 정호를 만나러 왔다가 배나무에 접을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공의 춘추가 이미 여든이 아니십니까? 언제 열매를 드시려고 나무에 접을 붙이고 계십니까?”

정호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 후 이형좌가 충주 감사가 되어 정호를 찾아왔다. 정호는 그에게 잘 익은 배를 대접했다.

“정말 달고 맛있군요. 이런 배를 어디서 나셨습니까?”

이에 정호가 조용히 대답했다.

“이게 바로 자네가 날 찾아왔을 때 접붙인 나무의 열매일세. 결실을 당장 얻을 수 없다고 해서 접붙이기를 안 했다면 이 배도 얻을 수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