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경기에는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 성적과 전혀 상관없고, 출전 선수가 아니어도 받을 수 있는 메달이 있습니다. 진정한 스포츠정신을 구현한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근대 올림픽 창시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은 많지만 쿠베르탱 메달은 1964년 제정된 이래 2016년까지 수상자가 17명에 불과하므로 어쩌면 금메달보다 더 영예로운 상입니다.
그 17명 중 한 명인 캐나다 출신의 로렌스 르뮤Lawrence Lemieux 선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종목에 참가했습니다. 경기 당시 1위와 큰 차이 없이 2위를 달리던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기에,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근처에서 싱가포르 팀의 요트가 강한 바람을 견디지 못해 뒤집히자 그는 즉시 진로를 바꾸어, 물에 빠진 선수들을 구조한 뒤 의무 보트가 올 때까지 그들을 지켜주었습니다. 결국 22위를 기록한 그는 비록 금메달은 놓치고 말았지만 쿠베르탱 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진정한 승리는 때로 순위권과는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가치 있는 일은 등수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