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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돕던 날

한국 서울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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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건설 현장에 간식과 음료수를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무거운 박스를 옮기고 어떤 때는 냉장고도 혼자 날라야 해서 환갑이 넘은 아빠가 하시기에는 힘에 부치는 일입니다. 늘 걱정은 하면서도 아빠를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다가 지난 근로자의 날에는 큰맘 먹고 아빠를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함께 일하러 가겠다고 말씀드리자 아빠는 “많이 힘들 텐데 할 수 있겠어? 한 번 하고 다신 안 하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 하며 웃으셨습니다.

당일 이른 아침, 포근한 이불 속을 빠져나와 씻으러 가는 것부터 전쟁이었습니다. ‘나도 직장 다니는데 휴일에 늦잠도 자고 좀 쉬어야지. 가지 말고 그냥 더 잘까?’ 하는 생각이 수백 번도 더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매일 아침 이러실 텐데 가족을 위해 쉬지 못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일터에 도착해 아빠와 똑같이 장갑을 끼고 음료수와 간식 박스를 날랐습니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손가락 마디마디와 손목이 아팠습니다. 요령 없이 무거운 것을 들어서인지 허리도 끊어질 듯 아팠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이런저런 실수도 많았습니다.

아빠는 힘들어하는 제게 가벼운 박스를 들려주고는 당신은 무거운 박스를 여러 개 쌓아 들고 앞서 걸어가셨습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하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짐을 나르고 또 나르셨습니다. 도와드리겠다고 따라왔지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고, 그동안 아빠에게 안마라도 해드리지 않은 것이 죄송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오히려 제 걱정을 하셨습니다.

“우리 공주 힘들지 않아? 그래도 우리 공주랑 같이하니까 일이 재밌네.”

제가 들고 옮겨야 했을 짐까지 아빠가 짊어지고 옮기느라 진이 다 빠졌을 텐데 아빠는 당신의 고생과 아픔은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식 걱정이 먼저셨습니다.

하늘 부모님의 마음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 걸으며 복음에 보탬이 되겠노라 다짐했지만 저는 오히려 실수투성이에 근심, 걱정만 안겨드리는 자녀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겪으시는 고난은 헤아리지 못하고 작디작은 내 고통에 아파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고통은 뒤로한 채 자녀의 아픔을 위로해 주시고 작은 정성과 노력에 기뻐하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무한하신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어쩌면 천국 가는 날까지 부족하고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도와주시고 함께하시니 복음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만큼 아버지 어머니를 더 의지하겠습니다. 언젠가 든든하고 믿음직한 딸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