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살린 비결

한국 성남,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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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일곱 아들 하나 되는 집에서 일곱째로 태어난 저는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친척들까지도 명절마다 이름을 물어볼 정도였지요.

그래도 간혹 어른들이 주목하실 때가 있었는데, 바로 여덟째로 태어난 남동생 이야기가 나올 때였습니다. 귀한 아들이 누구 뒤에 태어났는지 따져보는 과정에서 저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 시절 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남동생을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나라고 해도 겨우 두 살 위라, 동생을 잘 돌보라는 어른들의 당부는 그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을 텐데, 저는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봐야 어린 제가 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엄마의 품을 양보하는 등의 작은 일들이 전부였지만 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함께 마을 한가운데 있는 우물 옆을 지나다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물을 긷거나 빨래를 하던 우물은, 어른들이 없으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습니다. 동네 언니 오빠들은 둥근 우물 벽 위에 올라서서 우물 건너편 벽까지 한 번에 뛰어넘는 아주 위험한 장난을 쳤습니다. 우물 건너기에 성공하면 우쭐해져 자신의 용감함을 과시했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겁 많은 저는 시도해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동생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날 우물가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본 동생은 기회다 싶었는지 우물 벽 위로 올라섰습니다. 불안하긴 해도 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동생을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동생은 우물 건너편으로 힘차게 뛰었고 순식간에 우물 속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우물의 깊이는 어른 키에 못 미쳤으나 당시 네다섯 살 된 동생을 삼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동생은 허우적거리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나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는 동생이 어떻게 될 것만 같은 무서움과 동생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엉엉 울었습니다.

그때 기적처럼 마을 어른들이 뛰어나와 동생을 구해주었습니다. 심상치 않은 제 울음소리에 큰일이 났다는 걸 직감하고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어른들은 저를 보면 “네 울음소리가 동생을 살렸다”며 칭찬하셨습니다.

위기에 처한 영혼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영적 사명을 맡고 있는 지금, 생각만큼 결실이 따르지 않을 때면 그때 일이 떠오릅니다. ‘내 간절함이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싶어서요.

내가 잘 돌보지 못해 동생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에 터져 나온 울음소리가 동생을 살렸던 것처럼 내 형제를, 내 자매를 찾아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생명의 진리를 외친다면 형제자매에게 사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그 외침을 들은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도와주실 것을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