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명절, 남편은 일이 있어 하루 먼저 고향으로 내려가고 아들과 나는 다음 날 출발했다. 가족과 즐겁게 명절을 보낸 뒤 역시 각자의 차를 끌고 나란히 귀경길에 올랐다.
이른 새벽의 고속도로는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려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옆 차선을 달리던 남편은 차선을 변경해 우리 앞쪽으로 오더니 비상등을 켰다. 남편이 켠 비상등 빛에 의지해 서행하면서 조심조심 운전했다.
한참을 달려 무사히 안개가 낀 지역을 벗어났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에서 달리던 남편의 차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사이드 미러로 보니 남편이 이번에는 우리 뒤쪽으로 가서 안전하게 호위하듯 차를 몰고 있었다.
남편에게 고마운 한편,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도 너무나 감사했다. 영적인 안개가 자욱한 세상에서 빛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고 앞뒤로 지켜주시는 하나님. 아버지 어머니께서 비춰주시는 생명의 빛이 있어 우리가 가는 믿음의 길이 늘 안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