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대표 음식 ‘김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도 꼽히는 김치는 명실상부 최고의 발효식품입니다. 잘 익었을 경우 한 젓가락에만 약 5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으며, 김치 유산균은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만큼 생명력이 강합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았던 사스와 조류독감도 김치 유산균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이만하면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도 충분할 듯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건강에 좋은 김치를 담그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땅에서 뽑힐 때 죽고, 반으로 갈라지면서 또 죽고, 소금에 절여지면서 다시 죽고, 고춧가루와 젓갈에 버무려지면서 죽고,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히면서 죽고, 이렇게 다섯 번 죽어야만 제대로 된 맛을 낸다고 합니다.
혹자는 풋내 나는 겉절이 인생이 아닌, 푹 익은 김치처럼 농익은 삶을 살라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질, 고집, 편견을 매일 죽이면서 살아야 한다고요. 거기에 발효되는 동안 진득하게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까지 곁들여진다면 마음에서부터 깊은 풍미가 우러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