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를 하다가 종이 한 뭉치를 발견했다. 해외선교를 준비하던 때, 언어가 부족한 나를 위해 식구가 만들어준 언어 학습 자료들이었다.
선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언어였다. 언어에 취약했던 나는 앞서 선교를 다녀온 식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 뒤 식구가 뭔가를 내게 건넸다. 직접 만든 외국어 발표 자료였다. 내가 읽기 쉽도록 독음은 물론 악센트 부호까지 일일이 표시되어 있었다. 식구는 만나서든 전화로든 내가 수시로 질문해도 친절히 답변해 주었다. 밤낮없이 물심양면 도와준 식구 덕분에 수월하게 준비를 마치고 해외선교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기본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수준에 이르러서야 외국어 자료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 필요한 문장을 간추린 후 해당 언어로 번역해 타이핑하고, 읽기 쉽게 한글로 독음을 다는 일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거기에 악센트까지 표시하려면 직접 말하고 생각하고 받아 적는 과정이 필요했다. 식구가 만들어준 자료는 단순한 문서 작업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해외선교를 준비하는 식구를 응원하는 마음과, 주는 사랑까지 더해진 선물이었다. 당시 충분히 감사를 전하지 못했던 미안함과 감동이 동시에 몰려왔다.
지금은 타국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식구를 위해 기도드린다. 영육 간에 강건하기를, 해외에서도 하늘 어머니의 마음으로 주는 사랑을 실천해 많은 영혼을 인도하는 축복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