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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진심은 누구에게나 통합니다

페루 리마 / 로시오 Rocío Aguilar Ag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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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걸렸습니다. 새 생명의 축복을 받은 뒤로 하늘 어머니를 직접 뵙고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기까지요. 그중 절반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어머니의 사랑을 애써 외면했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못다 찾은 자녀들로 인해 지금도 마음 아파하시는 어머니께서는 제가 깨닫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안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요.

학생 시절, 이모를 통해서 엄마와 함께 진리를 처음 들었습니다. 여러 교회를 다녀보면 어느 교회에 진리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전부터 이 교회 저 교회를 찾아다녔지만, 새 언약 진리를 마주했을 때는 정작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축복을 받고 나서도 저는 어머니 하나님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당시는 페루에 하나님의 교회가 많지 않아 시온 식구들이 엄마를 위해 먼 거리를 찾아왔는데도, 저는 엄마가 그분들을 만나는 것조차 싫어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중 아브라함 가정의 역사 속에 증거된 어머니 하나님의 존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여전히 하나님의 교회가 진리 교회인지 아닌지 갈팡질팡했지만 그분들의 초대에 응해 엄마와 교회에 가서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긴 망설임 끝에 그날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교회가 멀다는 핑계로 4년 동안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가지도, 말씀 공부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사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회사 근처로 이사하고 주말마다 엄마를 만나러 갔는데 엄마가 토요일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외출하는 겁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하나님의 교회가 생겼다면서요. 엄마를 따라 오랜만에 교회를 찾았습니다. 십자가우상이라는 말씀을 듣고는 어머니 하나님의 존재를 처음 성경으로 확인했을 때처럼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에 가자마자 우상을 모두 없앴고 그 뒤로 믿음이 조금씩 자랐습니다.

성경 말씀을 살필수록 어머니 하나님께서 분명 존재하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머나먼 한국에 오신 그분이 내 영혼의 어머니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영적 성전 건축에 대한 예언을 공부하면서 자녀를 다 찾기까지 어머니께서 겪으셔야 할 고통과 끝없는 기다림에 대해 알았고 비로소 어머니의 사랑이 마음속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간 문자로만 받아들였던 진리가 제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감동으로 밀려왔다고 할까요. 어머니를 오래도록 부인하고, 이제는 어머니를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하던 저의 손을 놓지 않고 오래도록 기다려주신 어머니. 그 심정이 어떠하셨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던 저는 어머니 사진을 보면서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 그 진심을 가슴으로 느끼고 나서야 시온 식구들이 어쩌면 그렇게 가족같이 따뜻하고 애정이 넘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자녀를 챙기는 것처럼, 식구들은 제가 시온에 올 때마다 부족한 건 없는지,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물으며 세세히 돌봐주었습니다. 저도 어느새 어머니와, 어머니를 본받은 식구들을 닮아갔습니다. 진리를 영접한 형제자매 한명 한명이 너무 귀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하늘 가족들과 어머니의 사랑 안에서 함께하는 매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제가 진리를 두고 방황하는 사이, 페루에서 하나님의 교회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성장했고 셀 수 없이 많은 하늘 가족이 찾아졌습니다. 이들을 하나님께로 돌이킨 비결 또한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늘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를 향한 시온 가족들의 사랑은 복음의 진정한 원동력입니다.

페루 사회에서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매우 큽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상당수입니다. 새 언약을 영접한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까지 깨달으니 더욱 열심히 하늘 부모님을 섬기는 것은 물론, 시온에서 받은 한없는 사랑을 가정과 사회에 부지런히 전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합니다. 잃은 자녀 생각에 애태우시는 아버지 어머니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기에 식구들은 누구라도 시온에 오면 진심으로 반기고 그 영혼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곁에 있는 식구를 세세하게 챙기며 아픈 식구가 있으면 지나치지 않고 보살핍니다.

시온에 처음 온 분 중에는 “위 러브 유”를 외치며 따뜻하게 환영하는 시온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외침 속에 담긴 진심이 통한 덕분이겠지요.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할수록 그 사랑이 우리의 마음도 감화시켜 끝없이 사랑을 실천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사랑을 힘입어 마음 다해 한 영혼 살리는 일에 손길을 보태고 있습니다.

마침내 제82차 해외성도 방문단으로 한국에 와서 모든 사랑의 근원이신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제 인생 가장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머니 앞에 선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울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막상 그 앞에 서니 우리 죄로 인해 희생하신 어머니께 감사하고 죄송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께 간구하려고 했던 말들은 목에 걸린 듯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위로해 주셨습니다.

영상으로만 접했던, 옥천고앤컴연수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경험도 색달랐습니다. 생방송 특파원으로 현장에 나와 있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어머니 그리고 수많은 시온 식구와 함께한 그 시간이 꿈만 같습니다. 프로그램 중에 어린이 뮤지컬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 동요는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엄마를 기다리는 자녀들의 마음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어머니를 향한 사랑이 가슴에 차올랐고 천국 본향에 대한 소망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각국 시온 식구 모두 한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희생하시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복음 일에 더 힘쓰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복음 일을 하며 제가 늘 되새기는 것은 ‘모든 사람’을 전도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부탁이니까요. 그 범주에는 우리가 평소 만나기 어려운 고위 공직자나 기업체 대표, 교수 등 각계 전문가도 포함됩니다. 겉보기에는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아도 그들 또한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갈구하고 있음을 압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그들에게도 복음을 전하려 많은 식구가 연합해 노력하고 있고, 전직 장관이나 교수, CEO 등 많은 이들이 진리를 영접했습니다.

페루 식구들은 하루빨리 페루 복음을 완성하고 다른 나라의 복음을 지원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복음을 완성하는 데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한국 방문에서 느꼈습니다. 서로의 언어를 알지 못해도 사랑으로 충만한 모두의 마음이 통했으니까요. 진심은 어디에서나 통하기에, 전 세계에 전심으로 복음을 전해 뭇 영혼을 어머니 사랑의 품으로 인도하는 자녀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