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 체력 저하와 당뇨 초기 판정을 받은 뒤 남편의 제안으로 몇 개월 전부터 스포츠클라이밍을 하고 있습니다.
벽에 박힌 알록달록한 홀드를 잡고 자세를 취하며 인공 암벽을 등반하는 클라이밍은 조금만 방심해도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떨어지기 일쑤고, 홀드를 잡으려고 애매한 자세로 계속 진행하다 보면 팔에 무리가 가서 얼마 못 가 떨어지고 맙니다. 겉보기엔 팔 힘으로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리와 허리의 힘으로 무게중심을 잡고 버티는, 흔히 말하는 코어 근육의 힘이 필요한 운동이지요.
어느 날,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서 몇 달째 계속 넘어가던 홀드를 또 지나치려는데 코치님이 한마디 했습니다.
“자세를 낮추세요.”
그 말에 팔을 축 늘어뜨리고 개구리 다리를 하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홀드가 아주 쉽게 잡히는 겁니다. 옆에서 다른 코스를 오르던 남편이 보고 “자세를 낮추니 문제가 바로 풀리네”라며 신기해했습니다.
등반을 마치고 쉬는데 남편이 수고했다며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몇 달을 못 풀던 문제의 답이 이렇게 쉬웠다니⋯. 왜 몸을 낮추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낮추는 게 두렵거든. 떨어질 것 같아서.”
순간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복음도, 클라이밍도 자세를 낮추는 게 정답이네요.”
낮추면 길이 보이고 해결될 것을, 바닥으로 곤두박질할까 봐 자세를 낮추는 것이 두렵기만 했습니다. 높아지면 언젠가는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낙상으로 인한 상처는 더 커진다는 것도요. 언제라도 높아지려는 교만한 마음이 들 때면 오늘의 깨달음을 떠올리며 마음 자세를 낮추고 또 낮춰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