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직장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 학교의 보건 선생님이었다.
“어머니, ○○이가 체육 시간에 무릎을 다쳤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깜짝 놀라 만사를 제쳐두고 학교로 달려갔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나니 머릿속이 하얘져서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집 근처 잘한다는 정형외과를 찾았다. 엑스레이와 여러 검사를 하던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 아이를 데리고 곧장 큰 병원으로 갔다. 신속하게 움직인 덕분에 아이는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위급한 상황이 마무리된 후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야기를 들은 엄마도 손주를 걱정하며 안부를 재차 물었다. 이제는 괜찮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는지 엄마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그 병원 아직도 하나 보네. 엄마도 예전에 공장 다닐 때 손 다쳐서 그 병원에 자주 갔는데.”
“엄마가 언제 다쳤어? 나는 기억이 없는데?”
“많이 다쳤지. 일하다가 기계에 손도 베이고, 넘어져서 골절도 되고. 그때 너희는 어려서 잘 몰랐을 거야.”
이미 지난 일이라며 괜찮다는 엄마의 말에 괜스레 죄송했다. 아이들의 몸에 난 상처는 아무리 작아도 언제 다쳤고, 얼마나 아파했는지 모두 기억하면서 엄마의 상처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관심조차 없었던 것은 아닌지⋯.
당신의 아픔은 감추시고 언제나 환한 미소로 자녀들을 품어 안으시는 하늘 어머니가 떠올랐다. 이제는 웃음 뒤에 감추신 어머니의 상처와 아픔도 헤아릴 줄 아는 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