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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에 북한을 탈출해 천신만고 끝에 한국으로 온 이현서(33) 씨. 그녀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두메산골로 쫓겨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을 데려오기로 결심합니다. 가족들이 중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자유의 땅을 밟기까지, 3200km 이상의 거리를 자신이 직접 안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버스가 중국 경찰의 검문을 받게 되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들이 귀머거리에 벙어리라서 보살피고 있다고 말해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라오스에서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감옥에서 나오게 하려면 벌금을 내야했지만 이미 많은 돈을 써버려 수중에는 한 푼도 없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그때, 배낭여행 중이던 호주인 딕 스톨프(68) 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그 덕분에 가족들은 극적으로 풀려날 수 있었지요.
이 씨는 경황이 없어 연락처도 물어보지 못한 채 헤어진 은인을, 한 방송국의 주선으로 4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고맙다는 말만 되뇌는 그녀에게 스톨프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운명이 바뀌던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나에겐 축복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