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해야 할 일

한국 사천 이재욱

1570 읽음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임이로라 내가 내 임의로 이것을 행하면 상을 얻으려니와 임의로 아니한다 할지라도 나는 직분을 맡았노라” 고전 9장 16~17절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다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말씀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습니다. 무화과나무의 비유, 다니엘과 요한계시록의 예언 등 성경 말씀은 너무나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배운 말씀들을 친구들에게도 전했습니다. 한 명 두 명 열매가 늘어갔습니다. 식구들은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형제님, 믿음이 좋으시네요.”

“형제님은 말씀을 잘 전해서 열매도 많이 맺으시나 봐요.”

잇따른 칭찬에 우쭐해진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말씀을 잘 깨닫고, 잘 가르치고, 전도를 열심히 해서 그렇지.’

계속해서 식구들에게 잘 보여 칭찬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진리를 영접한 친구들이 교회에 안 나오고, 시온 식구들이 제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습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복음의 열정을 점점 잃어가던 중 이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칭찬할 만한 믿음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런 바울이건만 복음 전하는 일은 자신에게 전혀 자랑거리가 될 수 없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덤덤히 고백했습니다.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에게 화가 미쳤을 것이라면서요. 반면 저는 당시 제 기쁨과 영광을 위해 복음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정말 죄송했습니다.

이후 저는 교만한 마음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식구들이 저를 칭찬하면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고, 저를 섬겨주던 식구들을 섬기기 위해 궂은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무엇보다 작은 일에도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제 안에 있던 교만한 생각, 높은 마음이 사라지자 제 믿음은 한층 좋아졌고 친구들도 다시 시온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복음의 길을 가고 있는 제게 큰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

복음 일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높아지고 교만해질 수 있습니다. 항상 바울처럼 당연히 할 일을 했다는 것, 복음은 하나님께서 나의 구원을 위해 맡겨주신 사명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겠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더욱 겸손한 자세로 복음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