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벽면 등에 페인트나 스프레이 등으로 그린 커다란 낙서를 그라피티Graffiti라고 합니다. 호주에서 그라피티는 골칫거리입니다. 미관상 좋지 않고 지역 주민들에게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볕이 내리쬐는 일요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80여 명의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산업단지에 있는 낙서를 지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마다 붓을 하나씩 쥐고 건물에 맞는 색으로 위아래 페인트칠을 시작했습니다. 큰 건물 벽 전체와 건물의 울타리 너머까지 마구잡이로 낙서가 그려져 있어서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났지만 키가 작은 초등부는 벽 아랫부분을, 키 큰 식구들과 롤러를 든 식구들은 윗부분을, 나머지 식구들은 중간 부분을 맡아 칠하니 일이 착착 진행됐습니다.
쓱쓱! 싹싹!

붓이 지나가는 곳마다 엉망진창 낙서들이 사라지고 깨끗한 벽으로 바뀌었습니다. 신속하게 작업을 끝낸 식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변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까지 주우며 더 할 일이 없는지 살폈습니다. 벽만 깨끗해졌는데도 산업단지와 인근 주택가가 깔끔해져서 햇볕에 예쁘게 물든 단풍처럼 도시 전체가 알록달록 빛깔을 뽐내는 듯했습니다.
이날 봉사는, 지저분한 낙서가 도시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처럼 영혼에 묻은 죄의 습관들이 제 자신뿐 아니라 주변 식구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내려주시는 생명수로 죄를 닦아내고 우리 영혼을 정결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