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신입생인 동생이 엄마와 함께 대학생 개강예배에 참석하게 됐다. 개강예배 참석이 처음인 두 사람은 무척 들떠 있었다. 괜스레 나까지 신나 도시락을 싸주겠다고 나섰다. 약속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했다. 엄마와 동생을 보내고 한잠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한테 ‘점심 맛있게 먹을게’라고 문자가 와 있었다. 비교적 간단한 재료로 도시락을 만들었는데 엄마의 인사에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뿌듯했다.
대학생 시절, 잠깐 도시락을 싸서 다닌 적이 있다. 하루는 반찬이 마음에 안 들어 엄마에게 화를 내고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엄마가 내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았나 싶다.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도시락을 받고도 단 한 번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엄마의 어떤 수고도 당연한 건 없었다.
나의 영적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행한 일조차 마치 내 능력인 양 자만했다. 지음을 받던 날부터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하나님께 이제는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와 영광만 올려드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