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서 식사하던 날, 식사를 마친 아버지가 방에서 책 한 권을 가지고 나오셨다. 검은색 가죽 표지에 금박으로 글씨가 새겨진 족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정성 들여 제작된 책이었다. 요즘 시대에 누가 족보를 보냐는 어머니의 핀잔에도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족보를 펼쳐 들었다. 내가 누구의 자손인가를 시작으로 가문을 빛낸 선조 이야기, 아들이 없어 형제의 아들을 양자로 삼은 이야기 등 족보 한 장 한 장마다 풀어내는 아버지의 설명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족보로 한 가문의 역사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감탄하다가 천국 가족 족보에 과연 내 이름이 하늘 가문을 빛낼 만한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천사들에게 들려줄 자랑스러운 이야깃거리가 있나 되짚어 보다가 부끄러워졌다. 하늘에 이름이 기록된 것만 기뻐했지 정작 빛나는 이름이 되기 위해 고민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다짐한다. 인내하고, 겸손하고, 서로 사랑하라는 하늘 가문의 법도를 열심히 실천하리라. 천국 족보를 펼치는 날, 나의 이름도 아름다운 빛을 발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