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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자가 그러는데, 당신이 유명한 사람이래요. 사인 좀 해주겠소?”
한 할아버지가 공항 라운지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로저 무어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로저 무어는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그는 비행기 표 뒤에 사인을 해주었지만 그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일곱 살 꼬마는 사인에 ‘제임스 본드’가 적혀 있지 않다며 실망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위해 그에게 다시 사인을 요청하자, 그는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 꼬마에게 귓속말로 속삭였습니다.
“다른 이름을 쓸 수밖에 없었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블로펠드(극중 악당의 이름)가 알아챌 수 있거든.”
꼬마는 제임스 본드와 함께 영화에서나 보던 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기분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꼬마는 방송작가로 일하게 되었고, 공익광고 촬영장에서 로저 무어를 다시 만났습니다. 어릴 적 공항에서의 일을 이야기하자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즐겁게 받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났을 때, 로저 무어가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그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습니다.
“물론 그날을 기억하지. 하지만 아까는 말할 수 없었어. 카메라맨들 중 블로펠드의 수하가 있을지도 모르거든.”
서른 살의 작가는 마치 일곱 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기뻤다고 그날을 회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