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처럼 따뜻한 마음

한국 김해 정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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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집 근처에 있는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늦은 시각이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고등학생 딸아이가 그 시간에 욕실을 쓰더군요. 왜 하필 제가 들어오는 시간에 씻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루는 일이 다 끝나고 사장 부부와 식사를 하느라 평소보다 집에 늦게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딸아이가 왜 늦게 왔느냐며 자기는 이미 씻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엄마가 집에 오기 직전에 내가 씻어야 엄마가 바로 따뜻한 물을 쓸 수 있잖아.”

저희 집은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한참 틀어놓아야 따뜻한 물이 나옵니다. 딸아이는 제가 귀가하면 따뜻한 물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던 것입니다. 딸아이의 생각이 얼마나 깊은지,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에 사랑한다 말하며 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아이는 격려와 사랑이 담긴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 메시지를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딸아이는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저를 마중 나왔고, 집에서 제가 편히 쉴 수 있게 집안일도 야무지게 해놓았지요. 마냥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어느덧 훌쩍 커버린 딸아이가 이젠 제법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저의 보물, 그런 딸의 엄마라서 너무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