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가족을 위로하고자 광주·호남 지역 성도들이 무료급식봉사를 진행했다. 사고 소식이 보도된 직후 사고 현장에 필요한 것을 논의한 광주호남연합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통해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로 뜻을 모으고 1월 2일, 무안국제공항에 급식캠프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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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듬는 따뜻한 한 끼 식사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는 179명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 중 인명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사고 소식에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사고 발생 뒤 여객기 운항이 중단된 무안국제공항은 비보를 듣고 달려온 유가족과 사고 조사·수습을 위해 현장을 찾은 정부 부처 관계자 및 자원봉사자, 추모객 들로 북적였다.
공항 터미널 옆에 마련한 캠프에서 성도들은 지역별로 조를 편성해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빠짐없이 제공했다. 1월 하순까지 하나님의 교회 무료급식캠프에서 준비한 식사는 하루 평균 800인분가량이다. 음식을 교회에서 대량으로 조리해 캠프로 옮기다 보니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 성도들은 전날 오후에 장을 보고 당일 새벽 4시경 교회에 모여 국을 끓이고 밥을 지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음식이 따뜻하게 전달되도록 뜨거운 물로 간이 보온팩을 만들어 음식 상자를 채웠다. 초반에는 밥 한술 넘기기 어려운 유가족을 위해 녹두죽, 소고기야채죽 등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준비했고, 이후 닭곰탕과 소고기뭇국, 미역국, 소불고기, 제육볶음, 꽃게무침, 고등어구이, 견과류멸치볶음, 직접 담근 김장김치 등 영양가 높고 입맛을 돋우는 식단을 구성했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해 거동하기 어려운 유가족에게는 끼니마다 도시락을 제공했다.
슬픔 속에 자리를 지키는 유가족들은 성도들의 관심과 정성에 고마워하며 급식캠프를 찾았다. 점심시간이면 정부기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밤낮 현장을 지키는 경찰과 소방관도 캠프로 모여들어 줄이 길게 이어졌다. 대부분 사고 현장에 급히 파견되어 낯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었다. 공항 안팎에 감도는 비통한 분위기 속에 바쁘게 일하다 따뜻한 집밥 같은 식사로 한숨 돌리는 모습이었다. 아직 동이 트기 전 급식캠프에 불이 환히 켜지면, 밤샘 근무를 마쳤거나 하루 업무를 곧 시작하려는 이들이 하얗게 입김을 내뿜으며 들어오기도 했다.
캠프 운영 기간 중 폭설이 쏟아져 음식 운반과 캠프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성도들은 도로 제설 일정까지 확인하며 책임감을 갖고 봉사에 임했다. 무안과 광주를 비롯해 화순, 목포, 나주, 해남, 영광, 영암 등 각지에서 멀게는 편도 70킬로미터 거리를 힘든 내색 없이 오갔다. 현장에 동행하지 못하는 성도들은 직접 농사지은 참깨와 같은 식재료를 건네거나 대량의 식재료를 구입하는 일을 거드는 등 손길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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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남아줘서 고맙습니다”
1월 10일 전후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대거 치러지면서 유가족들이 귀가하고 현장을 지키던 봉사단체들도 상당수 철수했다. 하나님의 교회 성도들은 계속 자리를 지켰다. 일부 유가족들이 공항으로 돌아온 데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무안군청 등 여러 기관 관계자들이 여전히 사고 수습을 위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밥때를 놓친 관계자들도 언제든 편히 와서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쇠약해진 유가족들에게는 직접 달인 십전대보탕과 헛개나무차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나님의 교회 급식캠프가 세워진 뒤에야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한 유가족은 “많은 봉사자들이 철수하는 중에도 우리를 잊지 않고 남아줘서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했다. 의약품 지원 단체 관계자는 피로해소제와 영양제를 들고 캠프를 찾아와 성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성도들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이 슬픔을 떨쳐내고 하루속히 일상을 회복하길 진심으로 바랐다. 정영미(광주) 성도는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유가족들이 견뎌야 할 슬픔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만 그 곁을 지키며 기댈 수 있는 어깨라도 내어주고 싶다는 심정으로 달려왔다”고 전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봉사한 양미란(화순) 성도는 “가족을 잃은 슬픔은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겠지만 캠프를 찾은 이들이 얼어붙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녹는다고 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교회 무료급식캠프는 공항에 남아 있는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2월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2월 중순 현재까지 캠프에서 제공한 식사는 총 2만 명분에 달한다. 광주호남연합회 최병운 목사는 “상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 열심히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 왔다”며 향후에도 지역민들의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더하는 봉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