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할 수 있는 청년의 시기에 해외선교라는 특별한 선물까지 허락받았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늘 해외선교를 꿈꿔왔기에 소원을 이뤄주신 하나님께 열매로 보답하리라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 달리 오랫동안 결실이 없어 속이 타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방콕 후워이쾅 지역으로 단기선교를 갔습니다. 후아이쾅 지역은 예전에 몇 번 가본 곳이었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생활 수준이 높은 그곳에는 말씀을 듣는 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오늘은 누가 들어줄까?’
힘 빠지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복음의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다 나무가 많은 어느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 태국에서 기독교인은 매우 드문데 그 집 나무와 현관에는 성구가 적힌 팻말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습니다.
“실례합니다. 누구 안 계세요?”, “안녕하세요! 집에 누구 있나요?”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더니 한참 후에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여성 한 분이 나왔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고 하자 그분은 아버지에게 물어보겠다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 같은 분이 아버지께 물어본다고 하니 의아했습니다.
잠시 후, 할머니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대문을 활짝 열고 저희를 집으로 들인 어르신은 손수 책상과 의자까지 펴서 공부할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어르신이 가지고 나온 성경 두 권 중 한 권은 손때가 타서 누렜습니다.
성경 공부는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됐습니다. 어르신은 84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말씀에 집중했습니다. 말씀 공부는 다음 날, 그다음 날도 이어졌습니다. 넷째 날, 예루살렘 하늘 어머니에 대한 말씀을 살핀 어르신은 이제껏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신부’와 ‘예루살렘’이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오늘에야 그 주인공을 알게 되었다며 기쁜 마음으로 진리를 영접했습니다. 이어 진리가 없는 교회에 더 이상 갈 이유가 없다며 딸과 함께 10년 넘게 다니던 교회에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곳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해서 다 시온으로 인도하고 싶다는 바람까지 내비쳤습니다.
안식일에는 정장을 차려입고 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환하게 웃는 얼굴로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오랫동안 진리를 갈급하다 생명수로 소성함을 입은 영혼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실 어르신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나이 많은 분에게는 웬만하면 말씀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과는 반대로 제가 그 대상을 스스로 한정 짓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부터는 제 생각을 버리겠습니다. 70억 인류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원의 소식을 듣는 날까지 누구를 만나든 복음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