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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변화시킨 복음의 길

한국 성남 최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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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한 회사를 4년 가까이 다녔을 때였습니다. 무엇을 위해 일하나 삶의 회의까지 느끼며 고민하던 차에 해외 단기선교에 지원해 보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았습니다. 가치도 알고 도전해 보고도 싶었지만 언어 실력이 부족해 감히 꿈도 못 꾸던 해외복음을, 아버지 어머니만 의지해 덥석 결정했습니다.

당회 자매님과 함께 지원한 선교지는 브라질 쿠리치바. 짧은 포르투갈어 몇 문장을 외워 생소한 도시에서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말을 유창하게 할 수는 없어도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풍성한 결실이 있을 줄 알았는데, 두 번 이상 말씀을 진지하게 살피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기를 여러 번, 사람들이 차마 거절하지 못해 약속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유독 많은 비가 내리던 안식일, 시온에 방문하기로 한 분들이 끝내 오지 않아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짧은 단기선교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 탑승수속을 마치고 저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며 배웅하는 선교사님들이 예언의 주인공 같아 보였습니다. 저도 그 대열에 들고 싶어 귀국하자마자 장기선교를 준비했습니다. 집과 가까운 직장을 구해 걸어 다니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선교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1년여 뒤, 다시 쿠리치바로 향했습니다.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막 성전을 구하는 중이던 쿠리치바는 현지 식구들이 해외성도방문단으로 한국에 가기 위해 준비할 만큼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도 이곳에서 해외성도방문단에 참여할 식구를 찾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습니다.

부족한 언어 때문에 자신감이 없었던 저는 문장을 능숙하게 구사할 때까지 당장은 현지 식구들과의 대화를 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식구들이 제가 같이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오해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저는 식구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짧은 단어라도 한마디씩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우리 식구들은 다 알아들었습니다. 현지 식구들과 함께 전도하며 언어도 많이 늘고, 식구들과 포옹하며 인사할 때는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머니 사랑을 전하러 갔는데 오히려 식구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참 즐겁게 선교를 하면서도 알곡 열매는 맺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함께 온 자매님은 진리를 영접하고 규례를 지키는 영혼을 많이 찾는데, 저는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하느라 새 식구들이 예배를 지키고 믿음을 키워갈 때 함께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믿음이 후퇴하려 할수록 더욱 정신을 붙잡았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계속 간구하며 매달렸고 설교 말씀을 들으며 틈날 때마다 진리발표 교재로 언어 공부에 힘썼습니다. 한 영혼을 구원하려면 연합이 필요하고 연합하는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진리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시온에 나아오는 모두를 기쁘게 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제게도 귀한 열매를 주셨습니다.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이후로도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의 뜻을 실감하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식구들의 믿음이 생각처럼 빠르게 자라지 않아 애가 탈 때는, 이날까지 제 믿음 없음을 탓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식구들이 깨어나기를 기도하는 사이 어느새 믿음이 쑥쑥 성장한 식구들은 제가 그토록 바라던 해외성도방문단으로 한국에 가는 축복까지 받았습니다.

꿈같은 날들이 지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지난 시간을 차분히 되짚어 보았습니다. 한 영혼을 찾고 믿음을 키우려 할 때 어떻게든 내 힘으로 해보겠다는 욕심이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라나게 하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이심을 잊고 걱정만 끼쳐드린 게 아닌가 싶어 죄송했습니다.

브라질은 한국보다 12시간 느립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로 내내 브라질 생각뿐이었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브라질에선 막 활동을 시작하겠구나’ 싶고, 매시간 ‘식구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결국 또다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브라질 동북부였습니다. 초반에는 헤시피라는 도시에서 단기선교단으로 온 식구들과 함께 말씀을 전하며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단기선교단이 돌아간 이후에는 테레지나로 거처를 옮겨 하늘 가족들을 찾아다녔습니다. 테레지나는 지금까지 거쳐왔던 도시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같은 브라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남부와는 다른,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환경도 훨씬 낯설었지만 어느 순간 적응해 복음의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습니다. 그런 제가 스스로도 신기했습니다.

무사히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돌아보면 모든 순간에 아버지 어머니의 역사하심이 있었습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지내던 제게 해외선교라는 크나큰 사명과 은혜를 주셨고, 일꾼을 찾고 싶다는 제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꿈을 이뤄주셨습니다. 어부였던 베드로를 택해서 하나님의 사도로 세우신 것처럼 미숙한 저를 부르시고 복음 사업에 동참하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복음의 길을 기쁨으로 걸으리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