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교회 방문기

네팔 다막 / 지완 Jiwan T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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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은 만년설이 뒤덮인 히말라야산맥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장엄한 경관이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그러나 저는 네팔을, 비옥한 복음의 땅이 펼쳐진 곳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나님 은혜로 네팔 전역에 교회가 세워졌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형제자매가 하늘 영광을 사모하며 열정적으로 복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까요.

네팔 도심에는 본교회가, 산지나 소규모 마을에는 주로 작은 규모의 지교회가 자리해 있습니다. 각 교회에서 지교회까지 가는 데 짧게는 몇 시간, 더러는 며칠이 걸리기도 합니다. 산이나 언덕을 넘어 지교회 식구들을 만나러 갈 때면 적막 속에 들리는 발소리에 하나님께서 동행하심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는 세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지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나서는데 길이 상당히 거칠다는 식구의 말을 듣고 안전하게 도착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포장 공사를 준비 중인 도로에는 흙먼지가 자욱해서 앞길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량이라도 지나가면 거대한 먼지구름이 저희 일행을 덮쳤습니다. 울퉁불퉁 파인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언덕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몸이 심하게 흔들렸고 나중에는 등까지 아팠습니다. 조심히 운전해도 길이 낯설고 험해서인지 여러 차례 넘어졌습니다. 옷깃을 파고드는 고산지대의 찬 공기도 저희를 힘들게 했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지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저희를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식구들을 보는 순간 피로가 싹 사라졌습니다. 지교회를 꾸려나가는 식구의 복음 열정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지교회는 잠잘 공간 외에는 교회 운영에 필요한 물품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생활하기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식구는 복음에 동역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3~7시간 걸리는 고지대에 사는 형제자매들을 찾아가 말씀을 가르치고 예배로 인도하고 있다는 식구의 말을 듣고는 제 믿음을 돌아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모습을 기쁘게 여기시고 지교회에 많은 축복을 베풀어주셨겠구나 싶었습니다. 상황이나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절로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지교회 방문에 동행한 식구와 하늘 아버지의 복음 길에 대해 이야기하다 깊은 울림을 준 말이 있었습니다.

“잘 닦인 길을 걷는 것은 쉽지만 맨 처음 길을 내며 걸어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요.”

아버지께서는 자녀를 살리시려 영적 불모지였던 이 땅에 오셔서 복음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기에 험난하고 외로우셨겠지만 아버지께서는 고난과 고통 중에도 결코 걸음을 돌이키지 않으시며 생명의 길을 여시고 복음의 대로를 평탄케 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닦아주신 그 길을 전 세계 시온의 식구들이 기쁨으로 따르고 있습니다. 네팔에서도 많은 동역자들이 한 영혼을 찾으려 새노래를 친구 삼아 오늘도 산길을 걷고 있습니다. 모두의 안녕과 축복을 염원합니다. 더불어 저 역시 꿋꿋하게 천국을 향해 전진하겠습니다. 때로는 거대하고 캄캄한 흙먼지 같은 어려움이 덮친다 해도, 먼저 이 길을 걸으신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