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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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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나 암석, 작은 나비와 덩치 큰 코끼리 안에도 있으며 혈액은 물론, 근육과 양수에도 존재하는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소금’이다. 지금은 기술 발달 등으로 소금을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거에는 ‘평양 감사보다 소금 장수’라는 속담이 생겨날 만큼 귀중한 대접을 받았던 것이 소금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던 소금의 가치를 살펴보자.

역사를 뒤흔든 소금

원시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는 물고기나 새 등을 사냥해 먹으며 자연스레 소금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농경사회로 접어들어 주식이 곡식으로 바뀌면서 더는 식품만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만큼의 소금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식물을 통해 칼륨을 많이 섭취하게 되어 더 많은 양의 소금이 필요해졌다. 칼륨과 나트륨의 체내 비율이 맞아야 적정한 전해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금을 따로 섭취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산간이나 내륙에 사는 사람들이 농산물을 소금으로 교환하기 위해 소금을 얻을 수 있는 해안이나 암염 광산, 염호 등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후 소금이 산출되는 지역은 자연스레 교역의 중심지가 됐다.

과거에는 소금이 화폐로도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소금으로 노예를 사고팔았고 로마에서는 군인이나 관리의 봉급을 소금으로 지급했다. 영어로 급여를 ‘샐러리(salary)’, 군인을 ‘솔저(soldier)’라고 부르는 것도 ‘병사에게 주는 소금 돈’이라는 뜻의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에서 파생된 것이다. 12세기 가나에서는 모로코에서 생산된 소금이 같은 양의 황금과 맞바꿀 정도로 귀해 ‘하얀 금’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소금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오랫동안 끊임없이 이어졌다. 각지에서 소금이 묻힌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정복 전쟁이 벌어졌고, 소금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곳을 찾아 탐험에 나서기도 했다. 과거에는 소금의 희소성 때문에 땅속에 묻혀 있는 소금 바위를 캐내면 비싼 값에 팔아 부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금을 얻기 위해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 굴착 기술은 훗날 석유를 시추하는 기술로 이어지기도 했다. 석유는 소금 아래층에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소금을 캐내다가 석유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생명을 지탱하는 소금의 힘

체내에 흡수된 소금(NaCl)은 나트륨(소듐) 이온과 염화 이온으로 분리되는데, 이 나트륨 이온은 모든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원소 중 하나다. 세포외액에서 가장 풍부한 나트륨 이온은 우리 몸속의 삼투압과 세포 내 pH를 조절하는 등 항상성 유지에 관여한다. 신체는 삼투압을 조절해 체내 수분 균형을 이루고 혈액과 같은 체액의 양도 조절한다.

나트륨 이온은 태아가 열 달 동안 머무는 양수의 농도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아기를 보호하는 양수가 엄마의 혈장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임신 후기 양수의 성분과 염분 농도는 바닷물과 비슷해질 정도로 진해진다.

또 나트륨은 쓸개즙, 이자액, 장액 등 알칼리성 소화액의 재료가 되어 우리가 섭취한 음식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만일 소금 섭취량이 부족하면 몸에서 수분 흡수가 어려워 탈수가 일어나고 소화액 분비가 감소하여 식욕이 떨어지게 된다.

신경 자극이 전달되기 위해서도 나트륨 이온이 필요하다. 우리 몸의 세포막에는 나트륨펌프가 수만 개 붙어 있는데 이 펌프가 에너지를 사용하며 나트륨 이온을 세포 밖으로, 칼륨 이온을 세포 안으로 교환하면서 세포들의 의사소통을 매개한다. 이로써 신경 자극이 전달되고 근육이 수축하는 것이다.

3퍼센트의 비밀

해수욕을 하다가 우연히 입속에 들어간 바닷물은 민물과 달리 짜다. 바닷물은 왜 짠맛이 날까? 옛날 옛적 소금이 나오는 요술 맷돌이 바다에 가라앉았기 때문일까? 바닷물이 짠 이유는 바닷물에 염화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과 염소가 서로 결합한 상태인 염화나트륨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다. 그러나 물에 녹아 나트륨 이온과 염화 이온으로 각각 분리되면 나트륨 이온이 짠맛을 내게 된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인 바닷물의 염분은 약 35퍼밀이다. 바닷물 1킬로그램에 약 35그램의 염류가 녹아 있는 양이다.

염분뿐만 아니라 바닷물의 온도도 지역별로 상이하다. 일반적으로 적도 부근 바닷물의 온도는 섭씨 30도 정도지만 북극해의 온도는 영하 2도까지 내려간다. 만약 바닷물이 꽁꽁 얼어 바닷물의 순환이 멈춘다면 따뜻한 물과 찬물의 이동이 차단되고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 차가 벌어져 기상이변이 일어날 것이다.

다행히 바닷물은 섭씨 0도가 아닌 약 영하 2도 이하에서 얼기 시작한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약 3퍼센트의 소금으로 인해 바닷물의 어는점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다는 넓고 깊기 때문에 바닷물 전체가 영하 2도 이하로 내려가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양의 평균 수온은 약 섭씨 17.5도로 수온이 어는점까지 내려가기 전에 따뜻한 계절이 돌아와 결국 바닷물이 얼지 않는 것이다. 온도뿐만 아니라 파도나 해류, 조류에 의하여 바닷물이 항상 움직이고 있는 것도 쉽게 얼지 않는 이유가 된다.

바다의 표면은 지구의 자전과 바람의 영향으로 끊임없이 흐른다. 바닷물은 수온과 염도의 차이에 의한 밀도 차 때문에 깊은 바다로 가라앉거나 떠오르기도 한다. 북대서양에서는 추운 겨울이 되면 물은 얼게 되고 소금은 그대로 남아 있어 바닷물의 염도가 더 높아진다. 이렇게 밀도가 높아져 무거워진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바닥으로 가라앉으면 그 빈자리를 다른 곳의 물이 밀려와서 메우게 되는데, 차고 무거운 북쪽 지역의 바닷물은 가라앉고 따뜻한 남쪽 지역의 물이 빈 곳을 채우게 되면서 거대한 바닷물의 흐름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라앉은 바닷물은 적도를 가로질러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을 돈다. 이때 표층 해류와 함께 따뜻한 열대 지역의 바닷물은 추운 극지방으로 보내지고, 추운 극지방의 바닷물은 열대 지역으로 흘러든다. 어느 한쪽이 계속해서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지 않도록 열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바다의 흐름인 해류는 지구 전체의 바닷물을 섞어 주는 역할을 하며 열을 순환시켜 지구의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것이다.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묽어지고 밀도가 낮아져 해류의 순환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심층 해류가 시작되지 않으면 적도에서 시작된 따뜻한 표층 해류가 극지방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되어, 지구의 열은 순환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머물고 말 것이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소금이 묽어지면 해양 생태계의 변화는 물론,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초래되는 것이다.

고대부터 그 중요성 덕분에 역사를 좌지우지하기도 했던 소금은 우리 생명과도 직결된,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음식의 짠맛을 내고 식품을 저장하는 데 소금을 사용해 왔다. 소금은 단맛을 더 달게, 쓴맛은 덜 쓰게 해주기도 한다. 설탕을 대신해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는 개발됐지만 아직 소금을 대체할 물질은 없다. 그래서인지 소금은 귀하고 꼭 필요한 것을 비유할 때 곧잘 등장한다. 언제나 그 짠맛을 잃지 않는 소금처럼 어디서든 자신의 가치를 발하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 5장 13절

“소금은 좋은 것이로되 만일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이를 짜게 하리요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 하시니라” 막 9장 5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