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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제 방 책상에 스티커가 놓여 있었습니다. 제 취향에 딱 맞는 귀여운 토끼 캐릭터의 스티커였습니다. 엄마나 남동생이 두고 갔나 보다 하고는 하나 떼어 휴대폰에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책상에 스티커가 계속 새로 놓였습니다. 의아한 마음에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제 책상 위에 스티커 엄마가 놔두시는 거예요?”
그러자 옆에서 말없이 TV를 보시던 아빠가 대답하셨습니다.
“그거 아빠가 둔 거야. 일하면서 간식으로 빵을 먹는데, 안에 든 스티커가 수빈이가 좋아하는 모양이더라고. 다른 직원들한테도 빵에 있는 스티커 버리지 말고 달라고 했어. 다른 모양 스티커도 있는데 그건 네 취향이 아닌 것 같아서 토끼 스티커만 가져왔지.”
아빠의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스티커의 출처가 아빠였다니! 묵묵하고 점잖으신 아빠가 저를 위해 토끼 캐릭터의 스티커를 모으셨을 걸 상상하니 우습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대화할 때 별말씀 없이 듣는 편이십니다. 저의 진로나 고민을 상담하고자 할 때도 “엄마에게 다 들으니 아빠한테는 애써 얘기 안 해도 된다” 하셔서, ‘아빠는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아빠는 누구보다 저를 많이 생각해 주시고, 제 취향까지 알 정도로 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최근엔 아빠한테 실망을 많이 안겨드린 것 같아서 아빠가 저를 미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스티커 얘기를 하며 빙그레 웃으시는 아빠를 보니 안심도 되고 반성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빠의 잠잠한 사랑을 오해하지 않고 그 사랑에 보답하는 토끼 같은 자식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