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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일.’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이름이다. 특정 날짜를 떡하니 써 붙인 가게를 보며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의미를 궁금해하다가, 한날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음료를 주문한 뒤, 주인이 음료를 준비하는 동안 가게 이름이 무슨 뜻인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주인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고 대답했다.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면 자신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정도가 아닐까 싶어서 그런 뜻이냐고 했더니, 주인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 아들 생일이에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아드님 생일이면, 사장님께는 가장 힘들었던 날 아니에요?”
“무슨 소리를요. 저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기쁜 날이었는걸요.”
사람이 자연적으로 겪는 가장 큰 고통이 출산이라는데, 주인은 출산의 고통은 다 잊은 듯 오히려 행복한 날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들이 태어난 날을 간판으로 내건 가게에서 향긋한 커피를 볶고 우유를 데우며 손님을 맞는 주인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불현듯 엄마가 떠올랐다. 타지에서 직장 다니며, 엄마가 나를 위해 어떤 희생을 하셨는지 하나둘씩 알게 되면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 좋은 소식만 전해드리자고 마음먹었지만 철없는 소리로 걱정 끼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번 내 생일날 부모님과 통화하던 중 용기 내어 말했다.
“엄마, 저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고생하셨어요.”
이 한마디를 완성하기가 어찌나 힘든지, 심장까지 두근거렸다. 아빠는 “그런 말도 할 줄 아냐”며 즐거워하셨고, 엄마는 “갑자기 왜 그래?”라고 하면서도 좋은 눈치였다. 왜 진작 말씀드리지 못했을까 싶었다.
아들이 태어난 날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는 카페 주인처럼, 엄마 역시 내가 태어난 날이 그러할 것이다. 내가 태어난 날만 아니라 엄마의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기쁜 나날이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내가 도와야겠다.